비상상태 아래의 복합타자(서벌턴), 그 말하기/듣기에 대한 단상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연구교수 윤인로
1
12․3의 비상계엄 아래의 봉기적 시민을 구성하는 즉각적인 반응과 체질적인 정서는 1980년 5월 18일의 계엄 이후 여기 시민의 집합적 신체 속에서 반독재 DNA라고 할 만한 것으로 배양되고 있었다고, 민주화의 이름 아래 이뤄진 그런 배양 혹은 체질화의 시간은 반민주적 헌정파괴의 독소 합성에 맞서 시민들의 정치체 안에서 일어난 알레르기 반응(거부/축출)의 역사였다고, 말하자면 그것은 모종의 정치적 집단 면역화가 진행되는 과정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구집권을 위한 역행적 계엄령, 그 시대착오적 계몽령-바이러스의 전파․전도․전염에 따른 정치체의 마비․괴사․기능부전에 맞서 여기 면역화의 프로세스는 현행 헌법과 그 헌법에 기반한 민주적 삶의 최종적인 수호를 근원항체로 삼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윤석열의 헌재 최후진술 속 “직무 복귀 후 개헌” 운운을 면피적이며 사사화私邪化된 개소리로 결정짓고 그 최후진술 전체를 도래할 헌법이성에 따른 파면이유로 추가하기 위하여, 나아가 제7공화국 헌정의 발현 조건을 살피기 위하여 고안해 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여기 우리의 집단 면역화 상태는 어떤 자가면역 질환을 야기하고 있는가, 현행적 헌정 질서는 어떤 타자=항원抗原을 착취/축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수호되고 있는가, 달리 말해 여기 궐위상태로부터 구성될 새로운 정치체․헌정체란 어떤 면역계를 가진 것이어야 하는가.
2
다음과 같은 방식의 면역계여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찬성 204표 대의제 턱걸이 탄핵 이후 여기의 궐위상태 속에서 이뤄졌던 예외적 만장일치의 면역화, 그 예외 안에서 내란옹호당과 내란종식당과 소수적이지 않은 소수당들이 강렬한 전체로서 표출했던 합일된 목소리, 2025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4명 찬성 268표로 가결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 그것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거나 난민 심사 중인 외국인에 대해 무제약적인 감금을 가능케 했던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2년 만에 통과된 개악법이다(헌법소원 제청자는 이집트 출신 미성년 난민신청자였으며, 헌재 재판관 9인 평의 결과는 6:3이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등 신체의 자유에 대한 극심한 제약과 그런 제약에 대한 중립적 통제 기관의 부재를 지적한 헌재 판결에 따라 이번 개정법은 수용 기간을 최장 20개월로 명시하는 외양을 취했지만 재연장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중립적 기관 아닌 법무부 산하 외국인보호위원회에 관리를 일임하도록 했다. 그들 외국인, 즉 이방의 병원균=타자는 여기의 대의제 만장일치에 따른 합법적 면역계 속에서, 그런 대의제-궐위상태 아래의 보통 시민들에게 고지되는 방역 집행의 가이드라인이자 정치적 배제 허용의 시그널로서, 다름 아닌 사실상의 계엄상태 아래로 수용되고 처분된다. 특정 정치체 내부에서 그 신체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질물로서의 타자=항원antigen은 신체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대사작용에 반항적으로 기능하는 안티-자기anti-self의 발생적 원천이며, 이를 규제함으로써 수행되는 자기 보호화의 메커니즘이 면역화인바,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의 집행은 계엄 이후 새로운 사회의 분만을 향한 광장의 직접적 의지 이후에도 잔존하게 될 계엄적인 것의 사례이자 범례이다. 그것은 광장의 그 집합적 의지라는 것이 언제든 비-자기에 대한 대항면역체계의 항체로 기능할 위험 속에 있음을 표시한다. 이방인에 대한 계엄은 우리에게 내려진 계엄과 동질적이다. 우리의 계엄이 해제됐듯이 그들의 계엄도 해제되어야 한다. 우리의 계엄이 해제됐음에도 그들의 계엄이 해제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계엄 해제는 미완의 것이며 위험스런 것이다. 해제되지 않은 그들의 계엄이 우리의 방조와 묵인 속에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며, 끝내 그들의 계엄 아래로 우리의 삶이 수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연이 된 계엄의 항존을 양분으로 삼는 다른 괴물들이 윤석열이라는 탄핵된 괴물로 인해 거듭 일깨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깨워진 괴물들과 우리가 저 만장일치의 필연 아래서 적대하면서도 이윤을 사이좋게 분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3
나눠져서는 안 될 주권, 그 자기일체성을 수호하는 주권적 면역계를 무위로 돌릴 비-주권의 취득. 이를 위해 가동되는 자가-면역의 사건적 벡터 하나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무조건적인 것을 조건들 속으로 다시 기입해야만 합니다. 정치적, 법적, 윤리적 책임들이 발생한다면, 이는 그처럼 무조건적 환대와 조건적 환대 사이의 타협 속에서입니다. 그 타협은 사건과도 같이 매번 유일하고도 독특하게 일어납니다.”(자크 데리다, 「자가-면역, 실재적이고 상징적인 자살」) 주권적 면역계의 작동을 표시하는 저 출입국관리법에의 만장일치, 그 개악된 타자 수용의 법률은 면역계 속에서 보호되는 환대(=관용)의 법들 중 하나이며, 그 조건 딸린 환대는 절대적 환대 혹은 ‘환대의 무조건적인 법’에 의해 필수적인 것이자 구성적인 것으로서 요청/소환된다. 그것이 비-주권으로 향하는 사건적 타협의 속성이며, 그런 한에서 그 타협은 사건성/메시아성을 갖는다. 비-주권의 발현체 안에서 이뤄졌던 것이 될 법의 고사枯死와도 같은 법의 완성 과정은 그런 사건적 타협의 준칙이자 산물이다. 이런 사정을 집약하여 명명할 수 있게 하는 데리다의 개념이 ‘자가-공동-면역’인바, 그것은 비-주권적 제헌력의 원리이자 방법의 다른 이름이다. 자기성의 면역계를 어긋내는 공통적 행위와 공공적 정서, 그것에 뿌리박은 무조건적 환대의 벡터를 조건적 환대(=수용)의 법들에 틈입시킴으로써 차이화하는 간극을 구성해 가는 일, 달리 말해 면역적 주권의 분할 불가능한 자기일체성을 내파하고 나눠가는 비-주권에 뿌리박는 일, 소문자 신과 공화국과 타자를 응대하는 동료시민의 충실성이라는 행위역량을 함께 증강시켜가는 일. 그것이 자가-공동-면역계의 가동 준칙이다.
다시금 저 만장일치로 개악된 타자 수용의 법률에 견주어 예컨대, 조에로부터 비오스로, 그 절대적이므로 불가능한 환대의 벡터를 틈입의 시금석 삼아, 유혈적 면역관용으로서의 환대 속으로 개악되어 기입되는 법들을 탈구/차이화하는 일,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건적 타협을 갱신해 가는 일, 그것이 자가-공통적[코뮨적]-면역계의 프로세스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럴 때 적대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다시 표시될 것이다. 비-주권을 사유/실험할 수 있게 하는 자가-공동co-면역 VS. 일자一者의 자기성의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자가-일자One-면역으로서의 영구주권적 친위-쿠데타.
그런 한에서 여기 대통령 파면 이후의 궐위상태는 자가-면역이라는 파르마콘의 두 벡터(독, 약; 자기 보호, 자기파괴를 통한 자기 너머; 대문자 유일신, 전적으로 낯선 소문자 신; 자가-일자-면역, 자가-공동-면역이라는 두 벡터)가 차이화되고 있는 시공간이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사이 궐위상태에서의 중심 과제였던 정상국가의 회복과 겹치면서도 결을 달리하는 오늘의 궐위상태는 헌법의 재량적 전용․오염․파괴 문제와 헌정 질서의 최종적 수호 문제에 직결되고 있으므로, 정상의 회복과 복원 너머에서 그 정상성을 다시 정의하고 탈구축해야 할 과제가 좀 더 선명하고도 긴급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회복․회귀해야 할 그 정상적 질서로부터 합법적으로 발동되는 비상시, 일상이 되고 있는 비상시의 유혈적 면역관용을 검토하고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자가-공동-면역계의 구축. 소문자 신적인 제헌력이 지향하는 전적으로 다른 면역계의 속성이 그와 같다.
그런 속성의 구체적 발현을 가리키고 있는 하나의 이정표를, 한국 출신 대만 국적자이자 화교이며 성소수자인 동료시민 한 사람의 말 속에서, 그 이방인=타자의 로고스/노모스를 따라 세워놓게 된다:
제게 한국은 태어나서 계속 자란 곳이고, 화교로서, 성소수자로서, 여러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 곳이죠. 제 친구들, 제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그래서 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서 계속 함께 싸워왔던 투쟁의 공간, 투쟁의 터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거듭 광장에 나갔던 겁니다. 평소에 ‘조국’ 같은 말을 정말 싫어했는데, 광장에서 오히려 한국이 나의 조국이다, 투쟁의 조국이다, 나는 이곳을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고, 이곳을 민주적이며 평등하며 다양성과 인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뜻에서 저는 분명 한국인이기도 한 것 같아요. […] 어떤 정상성이나 순수성을 추구할수록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내가 고립감과 불안을 느끼는 그 지점이 사실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우리가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혐오와 차별의 선동에는 휘말리지 않아야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삶과 의견과 가치와 지향들에는 기꺼이 이 광장 안에서 서로 휘말려들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이원, 「극우 세력의 중국(인) 혐오 선동: 광장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참세상(인터뷰: 화교·화예[華裔] 당사자 활동가의 경험과 고민들), 2025. 3. 4)
조국이나 국민 같은, ‘나눠질 수 없는 특이점’을 내부로부터 나눠가고 있는, 비-주권적인 탈구축의 힘. 이원 씨의 인터뷰를 통해 살필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그 힘은 자기와 비-자기의 구획을 정지시킴으로써 전적으로 다른 면역계로서 도래중인 헌정을, 새로운 노모스의 형질을, 유혈적 면역관용의 대사작용이 정지되면서 분만되는 소문자 신적인 노모스의 비가역적인 선-취득을, 여기 제7공화국 헌정의 발현 형질을 고지해주고 있다.
< 2025. Vol. 20
비상상태 아래의 복합타자(서벌턴), 그 말하기/듣기에 대한 단상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연구교수 윤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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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의 비상계엄 아래의 봉기적 시민을 구성하는 즉각적인 반응과 체질적인 정서는 1980년 5월 18일의 계엄 이후 여기 시민의 집합적 신체 속에서 반독재 DNA라고 할 만한 것으로 배양되고 있었다고, 민주화의 이름 아래 이뤄진 그런 배양 혹은 체질화의 시간은 반민주적 헌정파괴의 독소 합성에 맞서 시민들의 정치체 안에서 일어난 알레르기 반응(거부/축출)의 역사였다고, 말하자면 그것은 모종의 정치적 집단 면역화가 진행되는 과정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구집권을 위한 역행적 계엄령, 그 시대착오적 계몽령-바이러스의 전파․전도․전염에 따른 정치체의 마비․괴사․기능부전에 맞서 여기 면역화의 프로세스는 현행 헌법과 그 헌법에 기반한 민주적 삶의 최종적인 수호를 근원항체로 삼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윤석열의 헌재 최후진술 속 “직무 복귀 후 개헌” 운운을 면피적이며 사사화私邪化된 개소리로 결정짓고 그 최후진술 전체를 도래할 헌법이성에 따른 파면이유로 추가하기 위하여, 나아가 제7공화국 헌정의 발현 조건을 살피기 위하여 고안해 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여기 우리의 집단 면역화 상태는 어떤 자가면역 질환을 야기하고 있는가, 현행적 헌정 질서는 어떤 타자=항원抗原을 착취/축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수호되고 있는가, 달리 말해 여기 궐위상태로부터 구성될 새로운 정치체․헌정체란 어떤 면역계를 가진 것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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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방식의 면역계여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찬성 204표 대의제 턱걸이 탄핵 이후 여기의 궐위상태 속에서 이뤄졌던 예외적 만장일치의 면역화, 그 예외 안에서 내란옹호당과 내란종식당과 소수적이지 않은 소수당들이 강렬한 전체로서 표출했던 합일된 목소리, 2025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4명 찬성 268표로 가결된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 그것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거나 난민 심사 중인 외국인에 대해 무제약적인 감금을 가능케 했던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2년 만에 통과된 개악법이다(헌법소원 제청자는 이집트 출신 미성년 난민신청자였으며, 헌재 재판관 9인 평의 결과는 6:3이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2021년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등 신체의 자유에 대한 극심한 제약과 그런 제약에 대한 중립적 통제 기관의 부재를 지적한 헌재 판결에 따라 이번 개정법은 수용 기간을 최장 20개월로 명시하는 외양을 취했지만 재연장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중립적 기관 아닌 법무부 산하 외국인보호위원회에 관리를 일임하도록 했다. 그들 외국인, 즉 이방의 병원균=타자는 여기의 대의제 만장일치에 따른 합법적 면역계 속에서, 그런 대의제-궐위상태 아래의 보통 시민들에게 고지되는 방역 집행의 가이드라인이자 정치적 배제 허용의 시그널로서, 다름 아닌 사실상의 계엄상태 아래로 수용되고 처분된다. 특정 정치체 내부에서 그 신체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질물로서의 타자=항원antigen은 신체 자신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대사작용에 반항적으로 기능하는 안티-자기anti-self의 발생적 원천이며, 이를 규제함으로써 수행되는 자기 보호화의 메커니즘이 면역화인바,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의 집행은 계엄 이후 새로운 사회의 분만을 향한 광장의 직접적 의지 이후에도 잔존하게 될 계엄적인 것의 사례이자 범례이다. 그것은 광장의 그 집합적 의지라는 것이 언제든 비-자기에 대한 대항면역체계의 항체로 기능할 위험 속에 있음을 표시한다. 이방인에 대한 계엄은 우리에게 내려진 계엄과 동질적이다. 우리의 계엄이 해제됐듯이 그들의 계엄도 해제되어야 한다. 우리의 계엄이 해제됐음에도 그들의 계엄이 해제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계엄 해제는 미완의 것이며 위험스런 것이다. 해제되지 않은 그들의 계엄이 우리의 방조와 묵인 속에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며, 끝내 그들의 계엄 아래로 우리의 삶이 수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연이 된 계엄의 항존을 양분으로 삼는 다른 괴물들이 윤석열이라는 탄핵된 괴물로 인해 거듭 일깨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깨워진 괴물들과 우리가 저 만장일치의 필연 아래서 적대하면서도 이윤을 사이좋게 분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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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져서는 안 될 주권, 그 자기일체성을 수호하는 주권적 면역계를 무위로 돌릴 비-주권의 취득. 이를 위해 가동되는 자가-면역의 사건적 벡터 하나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무조건적인 것을 조건들 속으로 다시 기입해야만 합니다. 정치적, 법적, 윤리적 책임들이 발생한다면, 이는 그처럼 무조건적 환대와 조건적 환대 사이의 타협 속에서입니다. 그 타협은 사건과도 같이 매번 유일하고도 독특하게 일어납니다.”(자크 데리다, 「자가-면역, 실재적이고 상징적인 자살」) 주권적 면역계의 작동을 표시하는 저 출입국관리법에의 만장일치, 그 개악된 타자 수용의 법률은 면역계 속에서 보호되는 환대(=관용)의 법들 중 하나이며, 그 조건 딸린 환대는 절대적 환대 혹은 ‘환대의 무조건적인 법’에 의해 필수적인 것이자 구성적인 것으로서 요청/소환된다. 그것이 비-주권으로 향하는 사건적 타협의 속성이며, 그런 한에서 그 타협은 사건성/메시아성을 갖는다. 비-주권의 발현체 안에서 이뤄졌던 것이 될 법의 고사枯死와도 같은 법의 완성 과정은 그런 사건적 타협의 준칙이자 산물이다. 이런 사정을 집약하여 명명할 수 있게 하는 데리다의 개념이 ‘자가-공동-면역’인바, 그것은 비-주권적 제헌력의 원리이자 방법의 다른 이름이다. 자기성의 면역계를 어긋내는 공통적 행위와 공공적 정서, 그것에 뿌리박은 무조건적 환대의 벡터를 조건적 환대(=수용)의 법들에 틈입시킴으로써 차이화하는 간극을 구성해 가는 일, 달리 말해 면역적 주권의 분할 불가능한 자기일체성을 내파하고 나눠가는 비-주권에 뿌리박는 일, 소문자 신과 공화국과 타자를 응대하는 동료시민의 충실성이라는 행위역량을 함께 증강시켜가는 일. 그것이 자가-공동-면역계의 가동 준칙이다.
다시금 저 만장일치로 개악된 타자 수용의 법률에 견주어 예컨대, 조에로부터 비오스로, 그 절대적이므로 불가능한 환대의 벡터를 틈입의 시금석 삼아, 유혈적 면역관용으로서의 환대 속으로 개악되어 기입되는 법들을 탈구/차이화하는 일,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건적 타협을 갱신해 가는 일, 그것이 자가-공통적[코뮨적]-면역계의 프로세스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럴 때 적대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다시 표시될 것이다. 비-주권을 사유/실험할 수 있게 하는 자가-공동co-면역 VS. 일자一者의 자기성의 재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자가-일자One-면역으로서의 영구주권적 친위-쿠데타.
그런 한에서 여기 대통령 파면 이후의 궐위상태는 자가-면역이라는 파르마콘의 두 벡터(독, 약; 자기 보호, 자기파괴를 통한 자기 너머; 대문자 유일신, 전적으로 낯선 소문자 신; 자가-일자-면역, 자가-공동-면역이라는 두 벡터)가 차이화되고 있는 시공간이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사이 궐위상태에서의 중심 과제였던 정상국가의 회복과 겹치면서도 결을 달리하는 오늘의 궐위상태는 헌법의 재량적 전용․오염․파괴 문제와 헌정 질서의 최종적 수호 문제에 직결되고 있으므로, 정상의 회복과 복원 너머에서 그 정상성을 다시 정의하고 탈구축해야 할 과제가 좀 더 선명하고도 긴급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회복․회귀해야 할 그 정상적 질서로부터 합법적으로 발동되는 비상시, 일상이 되고 있는 비상시의 유혈적 면역관용을 검토하고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자가-공동-면역계의 구축. 소문자 신적인 제헌력이 지향하는 전적으로 다른 면역계의 속성이 그와 같다.
그런 속성의 구체적 발현을 가리키고 있는 하나의 이정표를, 한국 출신 대만 국적자이자 화교이며 성소수자인 동료시민 한 사람의 말 속에서, 그 이방인=타자의 로고스/노모스를 따라 세워놓게 된다:
제게 한국은 태어나서 계속 자란 곳이고, 화교로서, 성소수자로서, 여러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 곳이죠. 제 친구들, 제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그래서 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서 계속 함께 싸워왔던 투쟁의 공간, 투쟁의 터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거듭 광장에 나갔던 겁니다. 평소에 ‘조국’ 같은 말을 정말 싫어했는데, 광장에서 오히려 한국이 나의 조국이다, 투쟁의 조국이다, 나는 이곳을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고, 이곳을 민주적이며 평등하며 다양성과 인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뜻에서 저는 분명 한국인이기도 한 것 같아요. […] 어떤 정상성이나 순수성을 추구할수록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내가 고립감과 불안을 느끼는 그 지점이 사실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우리가 서로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혐오와 차별의 선동에는 휘말리지 않아야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삶과 의견과 가치와 지향들에는 기꺼이 이 광장 안에서 서로 휘말려들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이원, 「극우 세력의 중국(인) 혐오 선동: 광장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참세상(인터뷰: 화교·화예[華裔] 당사자 활동가의 경험과 고민들), 2025. 3. 4)
조국이나 국민 같은, ‘나눠질 수 없는 특이점’을 내부로부터 나눠가고 있는, 비-주권적인 탈구축의 힘. 이원 씨의 인터뷰를 통해 살필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그 힘은 자기와 비-자기의 구획을 정지시킴으로써 전적으로 다른 면역계로서 도래중인 헌정을, 새로운 노모스의 형질을, 유혈적 면역관용의 대사작용이 정지되면서 분만되는 소문자 신적인 노모스의 비가역적인 선-취득을, 여기 제7공화국 헌정의 발현 형질을 고지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