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중국 양회에서 관찰된 중국의 대외정책과 한국에의 함의
동서대학교 신정승
1. 개괄
2026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4-11 간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양회에서는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 이어 ‘15차 5개년 계획 요강’(초안)과 2026년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었으며, 외교부장 등 주요 분야별 부장들의 기자회견들이 별도로 진행되었다. 2023년 이래 중단된 총리의 기자회견은 금년에도 열리지 않았다. 금년이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15차 5개년 계획(15·5계획)”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에는 지난 14차 5개년 계획에서 이룩한 성과 및 15차 5개년 계획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한 후에 작년 정부의 업무 실적과 2026년 정부의 주요 시책 순으로 소개하였다.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내용은 전체적으로 보면 이전과 같이 안정 속의 발전(穩中求進)을 기조로 하면서 국가안전을 중시하고,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신질(新質)생산력 향상과 과학기술 자강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지방 정부의 부채와 소비 부진 등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과 관련, 15차 5개년 계획 요강에서는 국내 소비와 투자 증대, 복지 정책 확대라는 경제의 ‘국내대순환’을 내세우면서, 재정적자 목표치를 4%로 상향한 것이나 지방 정부의 대규모 ‘부채 교환’ 프로그램 등 관련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아닌 리스크관리 수준이라는 평가가 다수인 것으로 관찰된다. 한편, 금년도 경제성장 목표는 지난 3년의 5% 내외에서 4.5%~5.0%로 하향 제시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어려움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일반 공공 예산은 약 30조 위안(미화 4.3조 불)으로 결정되었으며, 이 중 국방비는 예년과 비슷하게 7% 증액하여, 1조 9천억 위안에 달하였다. 중국의 금년도 국방비를 미화로 환산하면 2,770억 불 수준이지만, 서방에서는 R&D 비용이나 준군사조직 운영비 등을 합치면 4,000억 불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정책과 관련해서 리창 총리는 국방과 군의 현대화를 언급한 후에 시진핑의 강군 사상과 신시대 군사전략방침을 깊이 관철하겠다고 한 것이나 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 영도를 견지하고,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전면적으로 깊이 관철하여 ‘건군 100주년(2027년) 분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 것은 비록 이전에도 나왔던 표현이지만 최근 장유샤 부주석 등 중앙군사위 내의 숙청 등의 상황에서 그 의미가 새롭다고 하겠다. 금번 양회의 분위기를 보면 시진핑의 권력은 공고한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후계 구도 관련 징후도 보이지 않았던 점에서 내년 21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4 연임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예상된다. 리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와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라든가 시진핑 사상의 지도하에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시진핑의 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의 모든 성과를 시진핑 주석의 1인 체제 정당성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군에 대해서도 시진핑은 3월 7일 인민해방군 및 무장경찰 대표단 전체회의에 참석, 군 기강 및 충성심을 강조하는 한편, 강력한 반부패 투쟁을 언급함으로써 군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중국의 대외정책
리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대만 문제를 포함한 중국 대외정책의 주요 방향에 대해 이전과 대동소이하게 원론적으로 언급하였으며, 총리의 기자회견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 외교 사안들에 대해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입장과 정책 방향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가.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중 대외정책 관련 부분
리창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 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의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며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 대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이전부터 사용하였던 표현을 반복하였다. 리창 총리는 또한 금년도 중국 외교의 기본 방향에 대해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독립 자주의 평화외교 정책을 견지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갈 것이라고 한 후에, 전 세계 동반자관계의 연결망을 확대하여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결연히 반대하고 국제적 공평 정의를 수호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평등하고 질서있는 세계의 다극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발전을 통하여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코자 한다고 언급하였다.
나.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내용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 서두에 국제 정세와 중국 외교의 기본 입장에 대해 언급하고, 이어 21개 질문에 대해 2시간 동안 시진핑의 정상외교, 중-러 관계, 선전 APEC 개최, 이란 문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중-미 관계 순으로 답변하였으며, 대만 문제는 마지막 부분에서 취급하였다.
1) 국제 정세에 대한 시각과 중국 외교의 기본 입장
왕이 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에는 100년만의 대변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변화와 혼란이 얽혀있고, 전쟁과 충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였으며, 이러한 시각은 2022년 10월의 20차 당대회 이래 대체로 동일하다고 하겠다. 이어 그는 “오늘날의 중국은 강국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으며, 민족 부흥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국제적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는 자신감도 표출하였다. 중국 외교의 기본 입장에 대해 왕이 부장은 시진핑 외교 사상의 과학적 지침에 따라, ①국가의 핵심 이익(주권‧안보‧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하고, ②국제법과 공정‧정의를 확고히 하며, ③모든 일방주의와 패권적 압박에 반대하고, ④마땅히 져야 할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고 이행할 것이며, ⑤역사 발전의 올바른 편에 확실하게 설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역사 발전의 올바른 편에 선다는 것은 20차 당대회 이후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시에도 시진핑이 한중이 함께 역사의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중국이 미국 등 서방세계와는 다르게 발전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와 Global South
왕이 부장은 중국이 추구하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Multipolar World)와 관련, 세계는 190개 이상의 국가로 구성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와 “미중 공동통치(G2)론”을 동시에 부정하였다. 이와 관련, 왕이 부장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용어 중 하나가 “글로벌 사우스”이며, 중국이 사실상 서방의 기존 국제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제기하고 있는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우군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왕이 부장은 글로벌 사우스의 집단적 부상은 현재 세계 대변화의 가장 분명한 특징이며, 세계 다극화의 핵심 동력이라고 한 후에,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단결과 협력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또한 유엔의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유엔 내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친구 그룹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BRICS, 상하이협력기구, G77 등 다자무대를 활용하면서 개도국들의 발언권을 강화시키는 거버넌스 개혁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개도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대응하고,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블록의 대변자이자 지도국 역할을 하고자 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3) 미중 관계
미중 관계는 중국 외교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의 하나이다. 양국간 전략적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양회에서의 미국에 대한 언급은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는 등 비교적 자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비록 일방주의, 패권주의, 보호주의 등을 강하게 반대하는 등 작년과 같이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지만, ‘상호 존중, 평화공존, 협력과 상생’이라는 기존 중미 관계의 3원칙을 반복하는 등, 전체적인 톤은 트럼프의 방중을 앞두고(당초 3월말 예정되었던 방중이 이란 전쟁을 이유로 연기되기는 하였지만) 미중 관계의 중요한 해(“大年”)라고 하면서 상호 협력의 필요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서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대하는 방식은 변화 가능”하다는 왕이의 언급에서 보듯이 중국은 미국과 상호 경쟁을 하면서도 본격적인 충돌은 피한다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4) 중러 관계
왕이는 중러 관계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과 같다”고 할 만큼 안정적이라면서, 서로 “등을 맞대고 협력한다”는 것이 중러 관계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언급하였다. 다만 왕이 부장은 양국이 전략적으로 독립성과 자주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러 전략적 협력은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부연하였다. 중국에서의 기자회견은 누가 무엇을 질문할지가 사전에 조율된다는 점에서 중러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대외관계 중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그 만큼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점에서 중러 관계는 미국의 압박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준동맹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5) 이란 전쟁
최근의 이란 전쟁과 관련, 왕이 부장은 이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며, 또한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이라고 한 후에 (해당국들이) 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사태가 계속 확대·격화되는 것을 막으며, 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또한 이 문제의 합리적 처리를 위한 기본 원칙으로 ①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②무력 남용 금지, ③내정 불간섭, ④문제의 정치적 해결, ⑤대국의 건설적 역할을 제시하였지만, 중국이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는 중국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다소 어려움을 초래하더라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력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약화되고, 대만해협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6) 중-유럽 관계
왕이 부장은 “유럽은 다극 체제의 당연한 한 축이며, 국제질서의 안정을 지키는 중요한 힘이고, 또한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는 데 관건적인 파트너”라고 규정하였다. 이와 동시에 그는 중국에 대한 유럽의 올바른 인식 정립을 요구하면서, 유럽이 보호주의라는 “다락방”으로부터 중국 시장이라는 “헬스장”으로 와서 체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를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유도하여 미-유럽 균열을 도모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개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 중일 관계
중일관계는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크게 경색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일관계에 대한 왕이 부장의 언급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톤이었다. 그는 항일전쟁 및 도쿄재판 80주년을 상기시키며, “대만 유사가 일본의 존망 위기”라는 다카이치 총리의 주장을 강력히 비판하고, 일본에 대해 올바른 역사 인식과 안보 정책의 변화를 압박하였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8) 대만 문제
리창 총리도 언급했지만 왕이 부장도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이전과 같이 대만 민진당 당국의 독립노선 고집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아울러 대만은 중국의 내정 문제로서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는 입장도 재천명하였다. 금번에 새롭게 등장한 표현은 “80년 전에 해방된 대만”을 다시 분리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인데 이는 작년이 승전 80주년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 경제 외교 및 고품질 발전을 위한 조치
금년이 15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라는 점에서 왕이 부장은 향후 5년 중국의 경제 외교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일대일로의 고품질 발전(중국은 일대일로에서 최근 ‘小而美’를 강조)과 고표준 자유무역지대 네트워크를 확대시키는 한편,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성과 원활함을 유지토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비자 면제 확대 등을 통한 인적 왕래의 고속도로를 마련하고, 지방 정부와 국제적 자원을 연결시킴으로서 이들의 대외협력을 확대하도록 외교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보호주의 반대와 다자무역 체제 수호는 미국의 대중 경제압박이 시작된 이래 중국의 지도자들이 늘 강조해 온 부분이다. 중국은 또한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고, 보편적 혜택과 포용성을 갖춘 경제 세계화가 중국의 계속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수출만 하고 수입에는 소극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하여 왕이 부장은 중국이 앞으로 세계의 공장에 더하여 “세계의 시장”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하였는데, 과연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한국에 대한 함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년 양회에 이어 올해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 양회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던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에도 특별히 언급할 만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왕이 부장은 대 주변국 외교는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위치(首要位置)에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이어서 작년 베이징에서 최초 개최된 ‘중앙 주변 공작 회의’에서 시진핑이 중국과 주변국과의 관계는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지역의 상황이 세계의 변화에 깊이 연동되는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는 것을 소개했는데, 이는 주변국을 중시한다는 것과 더불어 의도적으로 시진핑의 업적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적 경쟁의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은 주변국으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계속 경제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첨단산업 기술 발전, 공급망 안정과 무역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최대 무역파트너 중 하나이면서, 공급망 핵심 국가 중의 하나이고, 기술 협력이 가능한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과 강한 산업적 연결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인 면에서도 중국에 대응코자 하는 한미일 협력에 있어서 한국은 지리적 위치, 경제적 이유, 불안정한 한반도의 정세 등으로 비교적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한중 관계는 지난 6개월간 2차례에 걸친 정상회담 개최 이후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이 예상되고, 금년 11월 선전에서의 APEC 정상회의시 한중정상회담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러한 안정된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향후 한중 관계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외부적 변수는 미중간 갈등 상황과 북한 문제의 추이이며, 내적 변수로는 한중 상호 경쟁적인 경제 관계와 국민들 간 높은 수준의 부정적 감정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트럼프의 방중이 연기된 상황에서, 미중간 갈등이 표출되어 미중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한반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전력이 상당 부분 중동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한반도 안보나 대만해협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2025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언급되었듯이 제1도련선의 집단방위에 한국의 참여 요구가 표면화될 수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경제적 압박에의 동참 요구도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정세 하에서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란 전쟁으로 인한 주한 미군의 약화,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점진적 후퇴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중간 안보 대화의 내실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의 중일관계를 본다면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메시지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자 면제 등 중국이 확대하려는 '인적 왕래 고속도로'를 활용하여 민간 및 지방 정부 차원의 교류를 강화시키는 것도 한중관계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아울러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과 더불어 “세계의 시장”이 되겠다는 것을 적극 활용, 상호 보완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 2026. Vol. 21
2026 중국 양회에서 관찰된 중국의 대외정책과 한국에의 함의
동서대학교 신정승
1. 개괄
2026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4-11 간 베이징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양회에서는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 이어 ‘15차 5개년 계획 요강’(초안)과 2026년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었으며, 외교부장 등 주요 분야별 부장들의 기자회견들이 별도로 진행되었다. 2023년 이래 중단된 총리의 기자회견은 금년에도 열리지 않았다. 금년이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15차 5개년 계획(15·5계획)”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에는 지난 14차 5개년 계획에서 이룩한 성과 및 15차 5개년 계획의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한 후에 작년 정부의 업무 실적과 2026년 정부의 주요 시책 순으로 소개하였다.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내용은 전체적으로 보면 이전과 같이 안정 속의 발전(穩中求進)을 기조로 하면서 국가안전을 중시하고,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신질(新質)생산력 향상과 과학기술 자강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지방 정부의 부채와 소비 부진 등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과 관련, 15차 5개년 계획 요강에서는 국내 소비와 투자 증대, 복지 정책 확대라는 경제의 ‘국내대순환’을 내세우면서, 재정적자 목표치를 4%로 상향한 것이나 지방 정부의 대규모 ‘부채 교환’ 프로그램 등 관련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아닌 리스크관리 수준이라는 평가가 다수인 것으로 관찰된다. 한편, 금년도 경제성장 목표는 지난 3년의 5% 내외에서 4.5%~5.0%로 하향 제시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어려움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일반 공공 예산은 약 30조 위안(미화 4.3조 불)으로 결정되었으며, 이 중 국방비는 예년과 비슷하게 7% 증액하여, 1조 9천억 위안에 달하였다. 중국의 금년도 국방비를 미화로 환산하면 2,770억 불 수준이지만, 서방에서는 R&D 비용이나 준군사조직 운영비 등을 합치면 4,000억 불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정책과 관련해서 리창 총리는 국방과 군의 현대화를 언급한 후에 시진핑의 강군 사상과 신시대 군사전략방침을 깊이 관철하겠다고 한 것이나 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 영도를 견지하고,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전면적으로 깊이 관철하여 ‘건군 100주년(2027년) 분투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한 것은 비록 이전에도 나왔던 표현이지만 최근 장유샤 부주석 등 중앙군사위 내의 숙청 등의 상황에서 그 의미가 새롭다고 하겠다. 금번 양회의 분위기를 보면 시진핑의 권력은 공고한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후계 구도 관련 징후도 보이지 않았던 점에서 내년 21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4 연임은 거의 확실한 것으로 예상된다. 리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와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라든가 시진핑 사상의 지도하에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시진핑의 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의 모든 성과를 시진핑 주석의 1인 체제 정당성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군에 대해서도 시진핑은 3월 7일 인민해방군 및 무장경찰 대표단 전체회의에 참석, 군 기강 및 충성심을 강조하는 한편, 강력한 반부패 투쟁을 언급함으로써 군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중국의 대외정책
리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대만 문제를 포함한 중국 대외정책의 주요 방향에 대해 이전과 대동소이하게 원론적으로 언급하였으며, 총리의 기자회견이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 외교 사안들에 대해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입장과 정책 방향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가. 리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중 대외정책 관련 부분
리창 총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 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의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며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반대하고 조국의 통일 대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이전부터 사용하였던 표현을 반복하였다. 리창 총리는 또한 금년도 중국 외교의 기본 방향에 대해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독립 자주의 평화외교 정책을 견지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갈 것이라고 한 후에, 전 세계 동반자관계의 연결망을 확대하여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결연히 반대하고 국제적 공평 정의를 수호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평등하고 질서있는 세계의 다극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중국의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발전을 통하여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코자 한다고 언급하였다.
나.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내용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 서두에 국제 정세와 중국 외교의 기본 입장에 대해 언급하고, 이어 21개 질문에 대해 2시간 동안 시진핑의 정상외교, 중-러 관계, 선전 APEC 개최, 이란 문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중-미 관계 순으로 답변하였으며, 대만 문제는 마지막 부분에서 취급하였다.
1) 국제 정세에 대한 시각과 중국 외교의 기본 입장
왕이 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에는 100년만의 대변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변화와 혼란이 얽혀있고, 전쟁과 충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였으며, 이러한 시각은 2022년 10월의 20차 당대회 이래 대체로 동일하다고 하겠다. 이어 그는 “오늘날의 중국은 강국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으며, 민족 부흥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국제적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는 자신감도 표출하였다. 중국 외교의 기본 입장에 대해 왕이 부장은 시진핑 외교 사상의 과학적 지침에 따라, ①국가의 핵심 이익(주권‧안보‧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하고, ②국제법과 공정‧정의를 확고히 하며, ③모든 일방주의와 패권적 압박에 반대하고, ④마땅히 져야 할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고 이행할 것이며, ⑤역사 발전의 올바른 편에 확실하게 설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역사 발전의 올바른 편에 선다는 것은 20차 당대회 이후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시에도 시진핑이 한중이 함께 역사의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중국이 미국 등 서방세계와는 다르게 발전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와 Global South
왕이 부장은 중국이 추구하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Multipolar World)와 관련, 세계는 190개 이상의 국가로 구성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와 “미중 공동통치(G2)론”을 동시에 부정하였다. 이와 관련, 왕이 부장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용어 중 하나가 “글로벌 사우스”이며, 중국이 사실상 서방의 기존 국제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제기하고 있는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우군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왕이 부장은 글로벌 사우스의 집단적 부상은 현재 세계 대변화의 가장 분명한 특징이며, 세계 다극화의 핵심 동력이라고 한 후에,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의 단결과 협력을 강조하였다. 중국은 또한 유엔의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유엔 내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친구 그룹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BRICS, 상하이협력기구, G77 등 다자무대를 활용하면서 개도국들의 발언권을 강화시키는 거버넌스 개혁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개도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대응하고, 국제사회에서 개도국 블록의 대변자이자 지도국 역할을 하고자 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3) 미중 관계
미중 관계는 중국 외교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의 하나이다. 양국간 전략적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양회에서의 미국에 대한 언급은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는 등 비교적 자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비록 일방주의, 패권주의, 보호주의 등을 강하게 반대하는 등 작년과 같이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지만, ‘상호 존중, 평화공존, 협력과 상생’이라는 기존 중미 관계의 3원칙을 반복하는 등, 전체적인 톤은 트럼프의 방중을 앞두고(당초 3월말 예정되었던 방중이 이란 전쟁을 이유로 연기되기는 하였지만) 미중 관계의 중요한 해(“大年”)라고 하면서 상호 협력의 필요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서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대하는 방식은 변화 가능”하다는 왕이의 언급에서 보듯이 중국은 미국과 상호 경쟁을 하면서도 본격적인 충돌은 피한다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4) 중러 관계
왕이는 중러 관계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과 같다”고 할 만큼 안정적이라면서, 서로 “등을 맞대고 협력한다”는 것이 중러 관계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언급하였다. 다만 왕이 부장은 양국이 전략적으로 독립성과 자주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러 전략적 협력은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부연하였다. 중국에서의 기자회견은 누가 무엇을 질문할지가 사전에 조율된다는 점에서 중러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대외관계 중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그 만큼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점에서 중러 관계는 미국의 압박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준동맹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5) 이란 전쟁
최근의 이란 전쟁과 관련, 왕이 부장은 이 전쟁은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며, 또한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이라고 한 후에 (해당국들이) 즉각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사태가 계속 확대·격화되는 것을 막으며, 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또한 이 문제의 합리적 처리를 위한 기본 원칙으로 ①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②무력 남용 금지, ③내정 불간섭, ④문제의 정치적 해결, ⑤대국의 건설적 역할을 제시하였지만, 중국이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는 중국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다소 어려움을 초래하더라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력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약화되고, 대만해협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6) 중-유럽 관계
왕이 부장은 “유럽은 다극 체제의 당연한 한 축이며, 국제질서의 안정을 지키는 중요한 힘이고, 또한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는 데 관건적인 파트너”라고 규정하였다. 이와 동시에 그는 중국에 대한 유럽의 올바른 인식 정립을 요구하면서, 유럽이 보호주의라는 “다락방”으로부터 중국 시장이라는 “헬스장”으로 와서 체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를 바란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유도하여 미-유럽 균열을 도모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개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 중일 관계
중일관계는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크게 경색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일관계에 대한 왕이 부장의 언급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톤이었다. 그는 항일전쟁 및 도쿄재판 80주년을 상기시키며, “대만 유사가 일본의 존망 위기”라는 다카이치 총리의 주장을 강력히 비판하고, 일본에 대해 올바른 역사 인식과 안보 정책의 변화를 압박하였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8) 대만 문제
리창 총리도 언급했지만 왕이 부장도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이전과 같이 대만 민진당 당국의 독립노선 고집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아울러 대만은 중국의 내정 문제로서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는 입장도 재천명하였다. 금번에 새롭게 등장한 표현은 “80년 전에 해방된 대만”을 다시 분리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인데 이는 작년이 승전 80주년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 경제 외교 및 고품질 발전을 위한 조치
금년이 15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라는 점에서 왕이 부장은 향후 5년 중국의 경제 외교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일대일로의 고품질 발전(중국은 일대일로에서 최근 ‘小而美’를 강조)과 고표준 자유무역지대 네트워크를 확대시키는 한편,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성과 원활함을 유지토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비자 면제 확대 등을 통한 인적 왕래의 고속도로를 마련하고, 지방 정부와 국제적 자원을 연결시킴으로서 이들의 대외협력을 확대하도록 외교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보호주의 반대와 다자무역 체제 수호는 미국의 대중 경제압박이 시작된 이래 중국의 지도자들이 늘 강조해 온 부분이다. 중국은 또한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고, 보편적 혜택과 포용성을 갖춘 경제 세계화가 중국의 계속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수출만 하고 수입에는 소극적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하여 왕이 부장은 중국이 앞으로 세계의 공장에 더하여 “세계의 시장”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하였는데, 과연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한국에 대한 함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년 양회에 이어 올해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과거 양회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던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에도 특별히 언급할 만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왕이 부장은 대 주변국 외교는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위치(首要位置)에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이어서 작년 베이징에서 최초 개최된 ‘중앙 주변 공작 회의’에서 시진핑이 중국과 주변국과의 관계는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지역의 상황이 세계의 변화에 깊이 연동되는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는 것을 소개했는데, 이는 주변국을 중시한다는 것과 더불어 의도적으로 시진핑의 업적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적 경쟁의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은 주변국으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계속 경제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첨단산업 기술 발전, 공급망 안정과 무역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최대 무역파트너 중 하나이면서, 공급망 핵심 국가 중의 하나이고, 기술 협력이 가능한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과 강한 산업적 연결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인 면에서도 중국에 대응코자 하는 한미일 협력에 있어서 한국은 지리적 위치, 경제적 이유, 불안정한 한반도의 정세 등으로 비교적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한중 관계는 지난 6개월간 2차례에 걸친 정상회담 개최 이후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이 예상되고, 금년 11월 선전에서의 APEC 정상회의시 한중정상회담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러한 안정된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향후 한중 관계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외부적 변수는 미중간 갈등 상황과 북한 문제의 추이이며, 내적 변수로는 한중 상호 경쟁적인 경제 관계와 국민들 간 높은 수준의 부정적 감정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트럼프의 방중이 연기된 상황에서, 미중간 갈등이 표출되어 미중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한반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전력이 상당 부분 중동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한반도 안보나 대만해협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2025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언급되었듯이 제1도련선의 집단방위에 한국의 참여 요구가 표면화될 수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경제적 압박에의 동참 요구도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정세 하에서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란 전쟁으로 인한 주한 미군의 약화,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점진적 후퇴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중간 안보 대화의 내실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의 중일관계를 본다면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메시지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자 면제 등 중국이 확대하려는 '인적 왕래 고속도로'를 활용하여 민간 및 지방 정부 차원의 교류를 강화시키는 것도 한중관계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아울러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과 더불어 “세계의 시장”이 되겠다는 것을 적극 활용, 상호 보완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