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국 견제와 이란 침공
동서대학교 박성민
‘도광양회’에서 ‘중국몽’으로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으로 피폐해진 중국 경제를 되살리고 굶주린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1978년 12월 개최한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에서 덩샤오핑의 제안으로 개혁개방을 도입하고 시장경제체제로의 변화를 추진하였다.
그 이후 중국은 연평균 10%대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현재에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였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이 성장을 본격화하던 1990년대에 이르러 덩샤오핑은 ‘도광양회’를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으로 정했는데 이는 마치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머물며 그의 위협을 피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렸듯이 중국이 역량을 충분히 갖출 때까지는 그것을 함부로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대외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뀌는 전환점이 생기는데 바로 시진핑 주석의 등장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그는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임명되면서 중국 최고 권력자로 등극하였고 ‘미국몽(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그의 중국식 발전을 위한 비전으로 ‘중국몽’을 내세우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했다. 또한 그 실현방안의 하나로 ‘일대일로’를 제시하면서 중국 중심으로 주변국들을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여 중국의 경제와 안보의 질서를 재편하려고 시도해왔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이전 중국 대외정책의 방침과 대치되는 것으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도전의 중심에는 미국의 달러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있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동력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은 압도적인 금보유량을 바탕으로 국제통화질서를 미국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로 재편하면서 전세계 무역과 금융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와 베트남 전쟁의 전비조달을 위한 통화량 증가로 발생한 달러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졌고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의 시기에 이르러 금태환 정지를 일방적으로 선언인 닉슨조치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는 브레튼 우드 체제가 붕괴되고 달러를 기반으로 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되었다.
1974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은 달러가치의 방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방문하여 ‘미국이 사우디 안보와 왕실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OPEC원유를 달러로만 판매’를 요구하는 협상을 타결했다. 이후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석유를 구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 달러로 그 대금을 지불하게 되면서 한동안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달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중동산 오일이 금을 대신하여 미국의 달러 가치를 뒷받침하며 소위 ‘페트로 달러’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으며 미국은 이전보다 더욱 공고히 달러의 막대한 수요를 통한 금융패권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페트로 달러의 파워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이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전세계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대내적으로는 복지 확대와 경제문제 등을 해결하면서 비어가는 곳간을 채워야 할 때마다 막대한 양의 달러를 끊임없이 찍어냈다. 그런데 이러한 메커니즘에 중국이 균열을 내며 그 틈새를 파고들려 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고조되는 위협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엄청난 규모의 미국채, 즉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늘여왔다. 그런데 2013년 11월 당시 약 1조 3천억 달러를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5년 말에는 그 절반 정도인 약 6,800억달러로 감소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중국몽’을 본격화한 시기와 때를 같이 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저가로 쓸어 담으며 한편으로는 이들 국가의 막혀 있는 숨통을 열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제조업 생산원가를 떨어뜨려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에너지 구입비용은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배적인 달러화의 영역을 침범해왔는데 이를 바라보는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이 구축해 놓은 페트로 달러 체재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이자 경제적, 안보적 차원에서의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중남미에서는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경제투자와 차관을 제공하며 친중으로 끌어 들여온 것도 다름 아닌 중국이다. 그리고 2014년경 유가 폭락으로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추가로 차관과 다방면의 지원을 제공하며 채무를 석유로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도 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단순한 구상이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질서를 흔들고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세워나가고 있다. 중국은 소위 브릭스(BRICs)라고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 주도 질서의 대안 마련을 지향하고 있다. 브릭스는 전세계 인구 규모 및 GDP의 40%이상을 차지하며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기존의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선진국 중심의 협의체인 G7에 대응할 수 있는 신흥국 중심의 연합으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특히, 2024년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 정상 회의에서는 달러 기반의 국제 결제 시스템(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브릭스 다자간 결제시스템인 '브릭스 브릿지(BRICS Bridge)'의 제안은 노골적인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대응
미국 입장에서는 첨단 기술발전 속도와 일대 일로를 통한 대외 확장세로 미국의 공백을 과감하고 빠른 속도로 침범해 들어오는 중국의 도전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특히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달러 패권까지 균열을 내려는 시도는 자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세계에서 중국이 조용히 숨죽이고 저가의 상품을 무한정 공급해 주던 세계의 공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깨고 마침내 중국을 견제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두 번의 트럼프 집권 시기에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 1기에 들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2001년 회원가입 이후 WTO체제에서 최혜국 대우를 누려왔던 중국의 수출상품에 대해 25%에 이르는 관세로 압박하며 불공정 무역관행의 시정을 요구하며 시작했고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을 제재하면서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다방면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였다.
트럼프 2기에 들어서 더욱 고강도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다. 중국 상품에 대해 100%이상의 관세로 위협했고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인 연구 인력 및 학생들의 미국 비자 취득을 제한함으로써 기술 유출을 차단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시도는 오히려 중국의 역풍을 맞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상응하는 대미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 수출통제, 유럽 등 제3국과 통상 강화, 동남아 및 중남미 등을 통한 우회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미국산 대두를 예를 들면, 중국 시장에서 2016년 40%에 이르렀으나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미중간의 갈등을 시작했던 2025년에는 중국이 거의 전량을 남미로 대체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함으로써 미국 대두 수출량은 23% 급감하고 가격도 폭락했다. 이러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소위 ‘팜벨트(Farm Belt)’라고 불리는 미국 농가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 이 지역에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미국 경제 및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대두되었다. 희토류는 반도체, IT 산업과 같은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방산 및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필수 원료인데 미국은 97% 이상의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나섰던 트럼프는 중국의 역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4년을 절치부심하는 동안 중국 시진핑은 이미 다층방어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의 대중국 대응 전술 변화
이제 트럼프는 중국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또한 시진핑이 언제 내밀지 모르는 희토류 카드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같은 국내 희토류 생산 및 재련 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호주 등 자원이 풍부한 우방국들과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2026년 2월 중국의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독점에 맞서 전 세계 55국과 전략적 자원 협의체인 ‘포지(FORGE) 이니셔티브’를 창설함으로써 글로벌 차원에서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산 희토류를 대체할 만한 방안이 되지는 못한다. 트럼프에게도 금년 시진핑과의 담판에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것이 중동산 에너지가 아닐까. 15억 인민과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여전히 중동산 석유와 가스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기 상황을 대비해서 석유와 가스의 수입처를 다변화를 시도했겠지만 러시아와 베네주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이 중동산이다.
미국은 금년 초 베네수엘라를 기습침공하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베네수엘라 정권을 친중에서 친미성향으로 돌려놓았다. 이제 이란만 돌려세우면 나머지 중동의 산유국은 모두 미국의 영향권이라는 판단을 해 두었을 것이다.
이란 침공과 파장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지난 2월 28일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세력 지원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선전포고 없이 이란을 선제 타격하며 전쟁을 개시했다.
전쟁의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수뇌부와 핵심 군사시설을 폭격하여 수뇌부의 다수 인사를 제거하고 주요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듯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에 미군이 주둔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를 공습하고 이에 더해 미군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시설에도 공격을 가하면서 미국의 처음 기대와는 달리 전쟁이 주변 중동 국가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로 이곳을 지나는 원유 수송선의 발이 묶이고 이로 인한 유가상승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으며 전세계가 이번 전쟁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달러패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할 카드를 마련하려고 이번 사태에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섣부른 결정으로 인한 피해는 중국보다는 오히려 그 자신과 미국에게로 향하는 역풍이 되고 있고 중동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무역을 지속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우려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미국의 안보에 대한 반대급부로 달러 패권을 지탱해 주던 중동에서도 체면을 구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방주의로 미국의 고립을 자초하게 되었고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글로벌 리더십에서 상당한 흠집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이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미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되고 상황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통해 글로벌 사회가 공통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세계의 각국이 사태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협력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 2026. Vol. 21
트럼프의 중국 견제와 이란 침공
동서대학교 박성민
‘도광양회’에서 ‘중국몽’으로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으로 피폐해진 중국 경제를 되살리고 굶주린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1978년 12월 개최한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에서 덩샤오핑의 제안으로 개혁개방을 도입하고 시장경제체제로의 변화를 추진하였다.
그 이후 중국은 연평균 10%대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현재에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였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이 성장을 본격화하던 1990년대에 이르러 덩샤오핑은 ‘도광양회’를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으로 정했는데 이는 마치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머물며 그의 위협을 피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렸듯이 중국이 역량을 충분히 갖출 때까지는 그것을 함부로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대외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뀌는 전환점이 생기는데 바로 시진핑 주석의 등장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그는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임명되면서 중국 최고 권력자로 등극하였고 ‘미국몽(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그의 중국식 발전을 위한 비전으로 ‘중국몽’을 내세우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주창했다. 또한 그 실현방안의 하나로 ‘일대일로’를 제시하면서 중국 중심으로 주변국들을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여 중국의 경제와 안보의 질서를 재편하려고 시도해왔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이전 중국 대외정책의 방침과 대치되는 것으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도전의 중심에는 미국의 달러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있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동력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은 압도적인 금보유량을 바탕으로 국제통화질서를 미국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로 재편하면서 전세계 무역과 금융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와 베트남 전쟁의 전비조달을 위한 통화량 증가로 발생한 달러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졌고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의 시기에 이르러 금태환 정지를 일방적으로 선언인 닉슨조치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는 브레튼 우드 체제가 붕괴되고 달러를 기반으로 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되었다.
1974년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은 달러가치의 방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방문하여 ‘미국이 사우디 안보와 왕실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OPEC원유를 달러로만 판매’를 요구하는 협상을 타결했다. 이후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석유를 구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 달러로 그 대금을 지불하게 되면서 한동안 애물단지로 취급받던 달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중동산 오일이 금을 대신하여 미국의 달러 가치를 뒷받침하며 소위 ‘페트로 달러’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으며 미국은 이전보다 더욱 공고히 달러의 막대한 수요를 통한 금융패권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페트로 달러의 파워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이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전세계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대내적으로는 복지 확대와 경제문제 등을 해결하면서 비어가는 곳간을 채워야 할 때마다 막대한 양의 달러를 끊임없이 찍어냈다. 그런데 이러한 메커니즘에 중국이 균열을 내며 그 틈새를 파고들려 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고조되는 위협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엄청난 규모의 미국채, 즉 달러를 사들여 외환보유고를 늘여왔다. 그런데 2013년 11월 당시 약 1조 3천억 달러를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5년 말에는 그 절반 정도인 약 6,800억달러로 감소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중국몽’을 본격화한 시기와 때를 같이 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강도 높은 경제제재로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저가로 쓸어 담으며 한편으로는 이들 국가의 막혀 있는 숨통을 열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제조업 생산원가를 떨어뜨려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에너지 구입비용은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배적인 달러화의 영역을 침범해왔는데 이를 바라보는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이 구축해 놓은 페트로 달러 체재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이자 경제적, 안보적 차원에서의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중남미에서는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경제투자와 차관을 제공하며 친중으로 끌어 들여온 것도 다름 아닌 중국이다. 그리고 2014년경 유가 폭락으로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추가로 차관과 다방면의 지원을 제공하며 채무를 석유로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도 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단순한 구상이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질서를 흔들고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세워나가고 있다. 중국은 소위 브릭스(BRICs)라고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 주도 질서의 대안 마련을 지향하고 있다. 브릭스는 전세계 인구 규모 및 GDP의 40%이상을 차지하며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기존의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선진국 중심의 협의체인 G7에 대응할 수 있는 신흥국 중심의 연합으로 외연을 확장해왔다. 특히, 2024년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 정상 회의에서는 달러 기반의 국제 결제 시스템(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브릭스 다자간 결제시스템인 '브릭스 브릿지(BRICS Bridge)'의 제안은 노골적인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의 대응
미국 입장에서는 첨단 기술발전 속도와 일대 일로를 통한 대외 확장세로 미국의 공백을 과감하고 빠른 속도로 침범해 들어오는 중국의 도전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특히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달러 패권까지 균열을 내려는 시도는 자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세계에서 중국이 조용히 숨죽이고 저가의 상품을 무한정 공급해 주던 세계의 공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깨고 마침내 중국을 견제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두 번의 트럼프 집권 시기에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 1기에 들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2001년 회원가입 이후 WTO체제에서 최혜국 대우를 누려왔던 중국의 수출상품에 대해 25%에 이르는 관세로 압박하며 불공정 무역관행의 시정을 요구하며 시작했고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을 제재하면서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다방면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였다.
트럼프 2기에 들어서 더욱 고강도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다. 중국 상품에 대해 100%이상의 관세로 위협했고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인 연구 인력 및 학생들의 미국 비자 취득을 제한함으로써 기술 유출을 차단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시도는 오히려 중국의 역풍을 맞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상응하는 대미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 희토류 같은 핵심광물 수출통제, 유럽 등 제3국과 통상 강화, 동남아 및 중남미 등을 통한 우회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미국산 대두를 예를 들면, 중국 시장에서 2016년 40%에 이르렀으나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미중간의 갈등을 시작했던 2025년에는 중국이 거의 전량을 남미로 대체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함으로써 미국 대두 수출량은 23% 급감하고 가격도 폭락했다. 이러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소위 ‘팜벨트(Farm Belt)’라고 불리는 미국 농가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 이 지역에서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미국 경제 및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대두되었다. 희토류는 반도체, IT 산업과 같은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방산 및 제조업 전반에 걸쳐 필수 원료인데 미국은 97% 이상의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나섰던 트럼프는 중국의 역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4년을 절치부심하는 동안 중국 시진핑은 이미 다층방어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의 대중국 대응 전술 변화
이제 트럼프는 중국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또한 시진핑이 언제 내밀지 모르는 희토류 카드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같은 국내 희토류 생산 및 재련 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호주 등 자원이 풍부한 우방국들과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2026년 2월 중국의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독점에 맞서 전 세계 55국과 전략적 자원 협의체인 ‘포지(FORGE) 이니셔티브’를 창설함으로써 글로벌 차원에서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산 희토류를 대체할 만한 방안이 되지는 못한다. 트럼프에게도 금년 시진핑과의 담판에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것이 중동산 에너지가 아닐까. 15억 인민과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여전히 중동산 석유와 가스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기 상황을 대비해서 석유와 가스의 수입처를 다변화를 시도했겠지만 러시아와 베네주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이 중동산이다.
미국은 금년 초 베네수엘라를 기습침공하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베네수엘라 정권을 친중에서 친미성향으로 돌려놓았다. 이제 이란만 돌려세우면 나머지 중동의 산유국은 모두 미국의 영향권이라는 판단을 해 두었을 것이다.
이란 침공과 파장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지난 2월 28일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세력 지원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선전포고 없이 이란을 선제 타격하며 전쟁을 개시했다.
전쟁의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수뇌부와 핵심 군사시설을 폭격하여 수뇌부의 다수 인사를 제거하고 주요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듯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에 미군이 주둔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를 공습하고 이에 더해 미군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시설에도 공격을 가하면서 미국의 처음 기대와는 달리 전쟁이 주변 중동 국가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로 이곳을 지나는 원유 수송선의 발이 묶이고 이로 인한 유가상승은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으며 전세계가 이번 전쟁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달러패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할 카드를 마련하려고 이번 사태에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섣부른 결정으로 인한 피해는 중국보다는 오히려 그 자신과 미국에게로 향하는 역풍이 되고 있고 중동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무역을 지속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우려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미국의 안보에 대한 반대급부로 달러 패권을 지탱해 주던 중동에서도 체면을 구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방주의로 미국의 고립을 자초하게 되었고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글로벌 리더십에서 상당한 흠집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이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미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 것인지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되고 상황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통해 글로벌 사회가 공통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세계의 각국이 사태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협력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