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우리


한일 정상회담 이후의  한중관계

글_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지난 5월 27일 서울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 사태라는 원인도 있었지만, 3국간 양자관계에 있어서도 각각의 정치적 문제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정상회의가 4년 5개월 만에 개최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금번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된 것은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적극적 추진 의지가 있었고 중국은 최근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며,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접점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상들 간에 3국 정상회의를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자고 천명한 것과 더불어, 3국간 투자 촉진, 금융 안정망 강화, 3국 FTA 협상 논의, 청년 및 지자체간 교류 등 경제와 민생분야 협력,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교류 촉진 등에 합의를 이룬 것은 나름대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앞으로의 3국 협력이 대국들간의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에 따라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으로서는 한일중 협력이 한미일 공조와 크게 충돌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고,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한일중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료: KBS 뉴스(2016.8.19.), 한중일, 21일 도쿄서 고위급회의…3국 외교장관회의 조율



   적지 않은 관찰자들은 3국 정상회담보다도 그 계기에 개최되는 한중 양자 정상급 회담에 더 큰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비록 과거의 중국 총리들에 비해 결정권이 약한 리창 총리이지만 한중관계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총리 간의 회담으로 인해 일단 개선의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한중관계가 매우 저조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한중간에 정상급 회담을 개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하겠지만, 특히 양 지도자들이 상호 소통에 비중을 두고 2+2 외교국방 차관급 대화, 1.5 트랙 협의 등 다양한 형태의 전략대화를 가동시키기로 한 것이나,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과 한중 FTA 2차 협상을 재개키로 한 것은 성과라고 하겠다. 이에 따라 6월 18일에는 한중 차관급 2+2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푸틴의 평양방문과 시기가 겹쳐 한중간 전략적 소통의 정치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또한 7월 24일에는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부장이 방한, 예상보다 빠른 시일에 한중 차관급 전략대화가 개최되어, 2년 7개월 만에 양국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 상호 협의하기도 하였다. 


   한편 윤석열-리창 회담 결과에 대한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 보면 리창 총리가 한중간 경제무역의 정치화, 안보화에 반대했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의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제품의 무역과 기술이전에 제동을 거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도 과거 사드 사태시 중국이 취했던 사실상의 보복 조치에 대해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주장했었고 미국, 일본 등도 정치문제와 연관된 중국의 경제적 강요(economic coersion)를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흥미롭다고 하겠다. 어쨌든 한국 경제에 있어서 자유무역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중간에 정치 안보 상황이 가급적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윤석열-리창 회담결과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에는 주변정세의 변화, 양국간 정치적 신뢰의 부족, 경제적 보완성의 약화 그리고 국민들 간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정서의 확대 등 구조적인 제약요인들이 있어 향후의 관계 발전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미중간의 지정학적 경쟁,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적 협력 강화, 한반도에서의 점증되고 있는 긴장 상태 등의 정세변화는 한중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환경으로서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미중 양국은 대만문제나 공급망 재편, 첨단 기술 수출 통제와 같은 핵심사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기본 방향에는 동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양 정상간 군사분야 소통 재개와 펜타닐 문제 등에 대한 합의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미중관계가 파국으로 이르지 않도록 관리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과거와 달리 미국이 현재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과 갈등을 모두 미국 뜻대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트럼프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트럼프 백악관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던 O’Brian은 최근 “힘을 통한 평화의 귀환(Return of Peace through Strength)”이라는 글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더 강하게 추진하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방위력 증강을 지원해야 하며, 심지어 RIMPAC 훈련에 대만을 초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모두 중국에 대한 초당적인 전략적 압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상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것의 바탕에는 미국 자신의 역량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중국의 미래 발전에 대한 예측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는 전세계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으며, 대선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전쟁, 그리고 미중간의 전략적 갈등 등 국제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측 인사들은 트럼프는 2016년에 자신이 당선될 것을 예상하지 않아 전문가들에 많이 의존했지만 퇴임후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재선된다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만 백악관과 정부 주요직에 임명하게 될 것이며, 의회, 관료, 언론 등의 제도적 견제도 잘 작동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만해협 문제는 미중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 중의 하나이며,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강대국이 무력으로 현상 변경을 통해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확대시키려 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시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2022년 8월 낸시 팰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베이 방문 시 그러한 우려가 절정에 이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든가 양안 간의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 왔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문제 간섭이라면서 반발하였으며 그간 양국관계가 저조했던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였다. 

  

   사실 만약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는 주한 미군의 일부가 그쪽으로 움직이게 되거나 북한 김정은이 한국을 무력 침공할 기회라는 오판을 할 수도 있으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에 있어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대만해협은 한국의 무역이나 에너지 수송에 있어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큰 관심을 갖은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으며, 이에 따라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한국의 원칙적인 입장은 앞으로도 견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의 행보도 동아시아 정세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9일 푸틴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에 서명하고, 양국간 군사 협력 확대를 천명한 것은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때문에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으로서 유념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조약의 군사개입 조항보다는 탄도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 핵잠수함 관련 기술 같은 대량 살상무기와 관련된 북러간 첨단 군사기술 분야 협력 가능성에 있을 것이다.


   국내의 다수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러간의 군사협력에 대해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급하게 필요한 북한의 재래식 무기나 인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적 목적으로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언급한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면 북-러간의 군사 협력도 크게 약해질 것이며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비록 러시아가 글로벌 대국만이 갖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지만, 푸틴의 행동은 동아시아에서의 러시아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서 글로벌 차원의 미국 견제를 염두에 둔 장기적인 전략적 포석이기 때문에 북러간의 밀접한 군사 협력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이다. 북한은 탄도 미사일 도발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핵 선제 공격 위협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을 적대국이라고 선언하고 유사시에는 무력으로 한국을 점령하겠다는 위협도 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지역 내의 공통된 우려이기 때문에 한중간 협력을 촉진시켜 줄 수 있는 사안이지만, 미중간 전략적 갈등으로 인해 최근 중국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들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협력과 더불어 정치적 경제적 지원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조조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되는 부분이다. 그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취해졌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러시아의 대북 지원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으며, 그렇치 않아도 어떠한 핵 대화도 거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배경으로 그 입장이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제3자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북러간의 군사협력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감소나 한반도의 불안정을 증폭시킬 가능성에 대해 내심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한중간의 대화와 협력의 여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동아시아 상황 하에서 한중간 안보협력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한 한중간의 진지한 전략적 소통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최상위에는 정상회담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많은 관찰자들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금번 한중 정상급 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양자 방문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차에 걸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한국을 우선 방문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실현되지 못했고, 한국의 여론은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면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시주석의 방한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익이 명분보다 우선되어야 할 시기가 있다. 특히 한반도 주변 상황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지는 현시점에서는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한중간에 위기관리 대화와 더불어 필요시 상호 협력하여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아울러 내년 가을에는 경주에서 APEC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의 참석은 전체 APEC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윤대통령이 먼저 베이징을 당일이나 1박 2일 일정으로 실무 방문, 시주석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 시주석을 경주 APEC에 직접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그간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관련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주 언급해 왔다. 남북한은 현재 강대강 대치 국면에 있고, 어느 한쪽도 물러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는 포괄적 전략동반자이며, 북한과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에 대해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이 북한에 이전되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러시아가 기여하도록 러시아를 적극 설득함으로써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왔지만, 앞으로도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부전(不戰), 불란(不亂), 무핵(無核)의 3원칙을 확고히 견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측에 환기시키는 것이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우) 47011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로47 동서대학교 국제협력관 8층 TEL : 051)320-2950~2
Copyright © 2018 webzine.dsuchina.kr All Rights Reserved. Design By S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