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글_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신정승
작년 12월 3일 논란이 된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의 국내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고, 이에 따라 양국 정부간 고위 레벨에서의 소통에 장애가 초래되기는 하였지만 2024년은 전체적으로 보면 한중 관계가 정치, 경제,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인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한중 양국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 증대에 따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한국과 한미일 공조 강화 등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약한 고리인 한국을 다독이려는 중국의 생각이 접근하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최근 실시된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 온도(0과 100사이)가 2022년 25.0도, 2023년 25.2도 그리고 2024년에는 27.7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 온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 한중 정치 관계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한덕수 총리와 시진핑 주석 간의 면담 이래 한중간에는 관계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들이 있었다. 2024년 1월 외교 장관에 취임한 조태열 장관은 한중관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5월 13일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한 한중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데 공감하였으며, 이후 7월 26일 아세안 회의 계기 라오스, 그리고 9월 28일 유엔총회 계기 뉴욕에서 왕이 부장과 회동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교환과 더불어 APEC에서의 협력을 논의하였다. 특히 5월 26일 서울 한중일 정상회담 기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총리간 한중 정상급 회담이 개최되어, 양 지도자들이 상호 소통에 비중을 두고 2+2 외교국방 차관급 대화, 1.5 트랙 회의 등 다양한 형태의 전략대화를 가동시키기로 한 것이나,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과 한중 FTA 2차 협상을 재개키로 한 것은 한중관계를 실질적으로 추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6월 18일에는 한중 외교 국방 2+2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이는 푸틴의 평양방문과 시기가 겹쳐 한중간 전략적 소통의 정치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양국 관계의 해빙 분위기를 재확인시켜준 것은 11월 15일 페루 리마에서의 APEC 계기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2년 만에 개최된 윤석열-시진핑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의 가속화와 더불어 민생을 최우선시 하는 경제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거의 정상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주었다.
나. 경제 관계
2024년 양국간 무역액은 2,729억 불로서 2022년도의 3,103억불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2023년의 2,676억불 보다는 약간 증가하였으며, 한국의 대중무역 적자도 2023년도의 180억불에서 68억불로 그 폭이 크게 감소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작년도 반도체 경기의 회복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이 6.6% 증가한 반면에 수입은 2.1% 감소하였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대중 무역 역조가 비록 적자 폭은 감소하긴 하였지만 2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금년에도 이러한 무역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산업경쟁력 강화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늘고 있고, 미중간 전략적 경쟁에 따른 경제 안보 문제에 더하여 한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 감소, 중국 내 한국 공장들의 해외 이전 등의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대중 투자는 2024년 9월까지 11억 4천만 불로서 2022년의 85억 3천만 불을 고비로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 이래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 미국, 베트남에 이은 제3의 투자대상국이 되었다. 반면에 중국의 대한 투자는 작년 9월에 이미 45억 7천만 불로서 전년도 전체 대한국 투자액의 두 배 정도 수준에 달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전기자동차, 가전제품과 유통업 등의 한국 시장 진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 한중 의회, 지자체 및 민간 교류
의회와 지자체 간 교류도 작년 리창 총리의 방한을 전후로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9월에는 한중의원연맹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하여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및 왕이 외교부장을 면담하였으며, 4월 부터 요녕성 당서기, 강소성 당서기, 감숙성 부서기 및 해남성 성장이 차례로 한국을 방문하였고, 8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중하는 등 한중 지자체 간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양국 외교부가 주관하는 지방정부 중간 간부들의 방한과 기자단 교류, 그리고 한국 국제교류재단에서 주관하는 한중 청년교류 사업이 코로나 사태 이후 5년 만에 재개되었으며, 학계 등 민간에서의 교류와 협력도 비교적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한중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도 크게 증가되었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모두 488만 명으로서 2023년의 221만 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되었는데, 이는 방한 중국인이 가장 많았던 2019년의 600만 명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의 숫자도 작년에 230만 명으로서 전년도의 두 배 수준에 달하였다. 그간 중국의 복잡한 입국비자 정책과 반간첩법 시행 등으로 인해 한국인의 중국방문이 위축되었었으나, 한중간 정치적 분위기의 완화와 더불어 11월 한국인에 대한 중국의 입국비자 면제 조치 발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금년에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기와 같은 2024년에 보였던 한중관계 개선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에는 작년 계엄령 사태 이후 한국의 국내정치 불안정에 더하여 한중 양국간 정치적 신뢰의 부족, 경제적 보완성의 약화, 그리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들 상호간의 부정적 정서 등 만만치 않은 제약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더하여 한중관계의 외부 환경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금년 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다시 취임함에 따라 미중간 지정학적 경쟁이 가일층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적 협력 강화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적 공세 정책이 강화되는 등 한반도와 주변에서의 정세변화는 한중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의 개선 추세가 금년에도 계속될지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겠다. 이 중에서도 금년 한중관계와 관련 특히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계엄사태로 초래된 한국 국내정치의 불안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트럼프 2.0 시기의 대중 압박과 더불어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대화가 한국의 안보와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등일 것이다.
가. 한국 국내정치 불안정과 한중관계
한국의 국내정치 불안정과 관련, 작년 12월 계엄령 사태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이후에도 한중 외교 실무당국 간의 소통은 계속되고 있고, 12.14 한중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도 한국 측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시켜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으며, 중국 측도 한중관계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국내 정치의 혼란이 한중관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양국이 노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한중 고위층간 교류와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한중관계에도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에나 양국 관계 개선의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금년의 일본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경주 APEC, 내년의 중국 내 APEC 개최는 한국과 중국이 협력하면서 서로 다가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 트럼프 2.0과 한중관계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 대외정책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이는 한중관계에도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미국 제일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쉽 보다는 이민문제나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문제 등에 있어 자국 이익 중심의 조치들을 우선적으로 취하고 있다.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멋진 단어라고 하면서 중국에 대해서 60% 관세 부과를 공언했던 트럼프는 취임 이틀째에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하여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틱톡 문제도 고율의 관세 부과와 연결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는 중국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더욱 축소하려고 할 것이며, 반도체, 인공지능, 5G 등에서의 미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보다 강하게 차단하면서, 일본, 한국, 네델란드 등 우방국들과 기업들에게도 이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압박해 올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대중 첨단 기술 규제는 첨단 반도체 등 4차 산업 분야에서의 향후 한중간 경제협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Rubio 국무장관이나 Waltz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과거부터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한미 동맹도 북한 문제보다는 중국을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트럼프가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만약에 이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의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 북핵문제와 한중관게
북핵 문제는 비록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북한과의 대화 용의를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정세 등으로 일단 우선 순위에서는 밀릴 것으로 보이고, 북한도 핵과 관련한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갖고 있어 북미 협상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1월 26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이 주권과 안전(안보) 이익을 거부하는 이상 미국에 대해서는 철두철미 초강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미국과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만약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대화가 성사된다면, 트럼프는 북한의 요구에 따라 사실상 북한 핵을 인정하고 군축개념의 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국 내에서는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구하거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검토하자는 여론이 비등하게 될 것이다. 한국 일부에서의 기대와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이를 용인하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중국도 한국의 핵무장이 언젠가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향할 수 있고,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여겨지며, 이에 따라 한중관계도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한국으로서는 최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외교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아울러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의 도발적 행동 확대로 인한 한반도의 불안정에 더하여, 코로나 이후의 경기 침체와 트럼프의 집권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 등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처해졌기 때문에, 현재의 권한대행 체제하에서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비록 현 상황에서 트럼프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정부를 포함 각계 인사들이 가능한 대로 트럼프 정부의 외교 안보 고위 인사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미동맹과 한국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방위비 분담 증액이나 관세 문제 등 미국과의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은 한국도 거래라는 기초위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미국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트럼프가 언급한 미 해군 합정의 한국내 유지보수, 나아가 미 해군 함정의 한국 내 건조도 추진하여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한미동맹을 강화시키더라도 동맹의 성격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도 각 레벨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양국 관계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중국이 최근 들어 한국에 대한 유화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음을 활용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상호 경제적 보완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APEC 회의가 금년에는 한국 경주에서 개최되고 내년에는 중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을 적극 활용하여 한중 지도자들 간의 소통이 강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이다. 북한이 작년에는 한국과의 단절에 노력을 경주하면서 도발은 상대적으로 저강도였다고 하겠지만, 금년 트럼프 2.0 출범 이후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강도 도발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우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한중간 소통과 협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한중 양국 모두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의 보완적 상호 협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말 윤석열-리창 회담 결과 중에 경제문제와 관련 눈에 띄는 것은 서비스 투자 분야의 한중 FTA 교섭 가속화와 더불어 리창 총리가 한중간 경제무역의 정치화, 안보화에 반대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의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제품의 무역과 기술이전에 제동을 거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한국 경제에 있어서 자유무역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중간에 정치 안보 상황이 가급적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양국 국민들 간의 우호적 감정을 증진시키는 노력은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상호간 국민감정을 해칠 수 있는 사안들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2023년 발간된 대학 국정교과서인 ‘중화민족공동체개론’에서 고구려를 변방 정권이라고 하면서 한반도 역사에서 분리해 중국역사에 귀속시키려는 것이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하여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을 항미원조로 미화시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국 중심의 역사 문화에 대한 서술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해양강국을 표방하면서 대외적으로 해양 관할권에 대한 주장이 강해지고, 해공군의 군사훈련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서해에서의 해양 경계와 관련된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순식간에 국민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안들로 인해 한중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 측과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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