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카페


국제관계학 : 인간과 세계 그리고 정치

글_ 동의대학교 황희초

   중국 정치를 연구했던 과정에서, 이 책은 중국의 대외 관계와 국제정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론적 틀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시각에서 국제사회의 본질과 미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비록 본고가 서평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나 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깨우침을 얻은 부분을 소개하며 본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 국제사회: 인간 집합체의 확장


   책에서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정치 현상의 전제 조건이며, 정치는 인간 집합체 속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인간 집합체는 가족, 사회, 국가를 넘어 국제사회로 확장되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관계는 단순히 국가 간의 상호작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가족에서 사회, 국가를 거쳐 국제사회로 끊임없이 확장된 산물임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는 국제관계를 국가 간 권력 게임의 결과로 이해했지만, 이 책은 국가라는 존재가 인간 사회 집합체의 일시적이고 단계적인 표현임을 상기시켰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등장, 글로벌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무역, 기술, 문화 교류는 모두 인간이 더 넓은 범위의 협력과 공존을 추구하려는 본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 사회가 집단적 확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왜 항상 갈등과 경쟁을 동반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냉전 시대의 양극 체제에서 오늘날의 다극화, 미·중 양극화 경향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는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가운데 진보해 왔다. 이러한 모순적 관계는 국제관계가 단순히 권력의 게임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 인간 사회가 이루어 내는 일종의 균형과 조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했다.


2. 국제관계의 이론적 접근

   

   책에서는 국제관계의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내용으로서 국제관계의 다양한 분석수준들과 국제관계의 다양한 행위자들에 대해서 논의했다.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데에 바탕이 되는 이론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현실주의는 국제관계를 국가 간의 힘의 균형과 생존을 위한 권력 경쟁으로 설명하며, 국제체제의 무정부적 속성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경쟁을 강조한다. 반면, 자유주의는 현실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며, 국제체제가 상호 의존성과 다자 협력을 통해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구성주의는 물질적 요소를 넘어 규범, 문화, 정체성과 같은 사회적 요인들이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현대 국제사회는 이러한 이론적 시각들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되고 있지만, 복잡성과 다층적 구조로 인해 단일한 이론으로 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국제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의 이론적 접근을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한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다차원적 시각은 국제사회의 복합적 본질과 변화 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3. 국제사회에서의 중국: 규칙 수용자에서 규칙 설립자로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로서 중국은 근대 이후 "수동적 참여자"에서 "규칙 수용자"로의 변화를 경험했으며, 최근에는 "규칙 설립자"로서의 역할을 시도하는 단계로 발전해 왔다. 경제적 역량의 강화와 글로벌화에 대한 심도 있는 참여를 통해, 중국은 국제 체제의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점차 이동하며, 더 적극적인 자세로 글로벌 질서의 일부 규칙을 정의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다. 이 정책은 단순히 인프라 건설 및 경제 협력의 틀에 그치지 않고, 대륙 간 연결성을 통해 새로운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비전을 반영한다. 예로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설립은 중국이 다자간 메커니즘을 통해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일부 국가들로부터 부채 부담, 투명성 부족, 환경 영향 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경제 협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부 국가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측면도 있음을 드러낸다. 

   국제 체제가 계속 확장되는 과정에서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마찰은 거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논리는 중미 관계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질서를 유지하는 주요 강대국인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규칙 재편성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무역전쟁, 기술 경쟁,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미 간의 갈등은 경제, 군사, 이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중미 관계가 단순히 대립 관계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양국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공중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협력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기후협정 이행에는 중미 양국의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은 핵심 분야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중미 관계는 국제사회에서 협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글로벌 권력 구조의 변화가 초래하는 도전을 부각시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4. 국제관계의 다양성과 복잡성


   이 책을 읽으면서 국제관계의 본질이 다양성과 복잡성이 공존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는 주로 국가 이익과 권력 배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문화, 이념, 그리고 기후 변화나 공중 보건과 같은 글로벌 문제들이 국제관계의 구조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때 불가역적인 흐름으로 여겨졌던 글로벌화가 최근 들어 각국의 민족주의와 보호주의가 다시 부상하면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인간 사회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협력이 가능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국제관계는 단순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과 상호 타협점을 모색하는 과정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효과적인 국제 협력은 각국과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발전적 요구를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중국의 국제관계가 글로벌화와 지역화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5. 맺음말


    『국제관계학: 인간과 세계 그리고 정치』는 국제관계의 이론적 기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외관계를 새롭게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국제관계는 단순히 국가 간 이익의 경쟁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전체로서 협력과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 정치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이 책은 나에게 글로벌화와 지역화, 협력과 대립 사이에서 인간 사회가 새로운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특히, 중국이 하나의 신흥 강대국으로서 이러한 글로벌 구조 속에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어떤 규범과 질서를 제안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러한 질문들은 국제관계의 복잡성과 다층적 특성을 보다 심도 있게 탐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론적 틀과 분석을 통해 중국과 국제사회의 역동적인 관계를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우) 47011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로47 동서대학교 국제협력관 8층 TEL : 051)320-2950~2
Copyright © 2018 webzine.dsuchina.kr All Rights Reserved. Design By S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