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동서대학교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겸 중국연구센터 소장 이홍규
글_ 동서대학교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겸 중국연구센터 소장 이홍규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로 개발된 딥시크(DeepSeek)가 최근 등장한 이래 글로벌 시장에 미친 '중국발(發) AI 쇼크'가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딥시크는 저비용 반도체를 사용했음에도 고성능 연산 능력을 가진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인공지능(AI) 모델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1) 설립자는 이제 갓 마흔이 된 량원펑(梁文锋)으로, 량원평은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퀀트 헤지펀드인 ‘하이 플라이어’ 퀀트를 2015년 설립한 뒤, 딥러닝 기법을 접목한 AI 트레이딩으로 자금을 급속히 끌어 모아 딥시크를 개발했다. 2023년 설립된 딥시크 사를 설립한 이래 2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룬 성과라는 점도 놀랍다. 또한 딥시크 모델이 중국내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이나 경력이 짧은 신입 AI 전문가들이 팀을 꾸려 개발한 AI 모델이며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이나 글로벌 업체 근무 경력이 없는 중국 내 젊은 인재들인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실제 딥시크 모델에 대한 논문에는 약 200여명의 젊은 중국 과학 인재들이 공동 저술자로 나왔다.
이러한 딥시크 쇼크는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중국 내부의 혁신 생태계가 잘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는 중국 경제가 성장의 정점(peak)에 도달했다는 이른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잘못된 것임을 의미한다.
‘피크 차이나’론을 주창한 브랜즈(Hal Brands)와 베클리(Michael Beckley)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요인을 4가지로 꼽았는데 이는 첫째, 탈냉전의 지정학적 요인, 둘째, 개혁개방이란 시장정책 요인, 셋째, 중국의 막대한 인구 요인, 넷째, 풍부한 자원 요인이다. 즉, 그들은 미국 등의 대(對)중국 견제, 시진핑 집권 이후의 권위주의 강화, 저출산으로 인한 중국의 인구 감소, 환경오염 및 자원고갈 등으로 중국의 성장을 가져온 이 4가지 요인이 더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권위주의 강화로 자본을 동원하여 디지털 경제와 산업 생태계 육성에 집중하고 기술혁신에 대대적 투자를 이끌고 있다. 딥시크 쇼크는 중국식 발전모델의 효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의 대(對)중국 인식은 어떠한가? 과거 한국인의 대(對)중국 인식은2014~15년 역대 최고의 우호 관계가 이어짐에 따라 긍정적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동북공정 문제가 불거졌던 2002년 이후 그리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발생했던 2010년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곤 했지만 양국 관계는 한중 정상회담 등 양국 정부의 노력과 다양한 협력 과정을 통해서 회복되곤 했고 2014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등 사드갈등이 본격화된 2016년부터 부정적 여론이 긍정적 여론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8년이 지난 2024년 현재에도 사드갈등 이전 사태로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한국인의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015년에서 2024년 4월까지 실시한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수준 상태가 계속되고, 일본에 대한 호감도도 낮은 수준에서 점차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인데 반해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북한과 러시아와 함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림 1> 주변국 호감도(2015-2024)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2024.4. “South Korea and Their Neighbors”, 8쪽.
특히 2019년 말부터 중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여 세계 각국으로 확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미중간 전략적 경쟁 하에서 중국과 서방 각국 사이의 마찰이 빈번해지고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되자 한국 내에서도 혐중과 반중정서가 커지기 시작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 내 혐중, 반중정서가 가장 큰 세대가 10대, 20대 등 미래 세대인 점인데 이는 향후 한중관계가 더욱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징후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지방정부의 부채, 그리고 권위주의적 정치 리스크, 미국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적지 않지만 상술한 딥시크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은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과 혁신경제를 주도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더욱이 한국과 중국은 이웃 국가로서 경제, 안보,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며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과 같은 조건이다. 설사 미국이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미국 조차도 실제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통상국가 한국에게는 필수적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한국이 중국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23년 조사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는 '중국은 싫지만 한중관계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그 방증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대 중국 인식이 부정적인 시점에서 한중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이 어려운 함수를 어떻게 풀 것인가? 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적극적인 도시외교 전략이다.
지방정부(도시)를 핵심 주체로 하는 외교활동을 의미하는 도시외교는 특히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가이익의 충돌이 발생하여 양국 중앙정부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양국 사이의 관계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양국 중앙정부 차원의 갈등이 존재해도 도시 사이에는 공통의 이익이 존재하는 시대가 바로 오늘날 글로컬(glocal)의 시대 즉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세계화’의 시대이다. 따라서 도시외교를 통해 도시 사이의 공통 이익을 위해 협력을 추구하다 보면 양국 사이의 갈등도 완화되어 본래의 좋은 관계로 다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시외교는 평화적 방법을 통해 양 도시의 시민들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외교활동인 만큼 양국 여론을 점차적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양국 전체적 관계를 조정하고 국제적 문제와 분쟁을 해결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으로서는 대(對)중국 도시외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부산의 대(對)중국 도시외교 대상 도시는 주로 자매도시인 상하이(1993년)와 우호협력도시인 베이징(2003년), 선전(2007년), 텐진(2007년), 충칭(2010년), 광저우(2019년)등이다. 그러나 부산의 대(對)중국 도시외교 활동 내용은 부산시 관련기관 대표단 상호 방문, 업무협력을 위한 실무방문 등이 대부분으로 공무원끼리의 의례적인 만남에 그쳐왔다. 특히 부산의 대(對)중국 도시외교의 핵심 도시인 자매도시인 상하이와 관계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1993년 8월 한중수교 1주년을 즈음하여 부산과 상하이는 자매도시 결연을 체결하고 교류를 시작했으니 내년이 부산-상하이 간 자매결연 30주년이 넘었음에도 말이다. 특히 부산으로서는 국내 광역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상하이와 자매도시 결연을 하고 다방면에서 교류를 해왔지만 현재 양 도시 사이에 상대방 시민에게 접근하는 민간친화적인 도시외교 성과는 크게 눈에 띠지는 않는다.
따라서 부산과 상하이와 같은 한중 양국의 글로벌 도시의 도시외교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간차원의 도시외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부산과 상하이는 모두 한중 양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도시의 특징이 개방성과 포용성이니만큼 양 도시의 시민들이야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을 형성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부산과 상하이는 모두 근대 시기부터 국제도시로 성장했고 산업화 단계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도시로 도약해왔으며 한중수교 이후에는 양국 교류의 핵심 도시로 그 관계가 더욱 밀접해진 국제 물류도시이다. 한국인에게 상하이는 또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제 식민지 시기였던 1919년 4월 국제도시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처음으로 수립이 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가 100년을 넘는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하이 입장에서는 부산과의 교류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상하이의 인구가 2,400만에 달하고 지역 총생산액도 2019년의 경우 5,700억불을 넘어서 부산의 7배에 달할 정도로 부산과 상하이의 규모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이미 중국 제1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넘어 뉴욕, 동경 등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부산-상하이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되기엔 무리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중간 전략경쟁의 구도 하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이나 미-중간 전략경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 유지가 필요한 중국 모두 부산-상하이 도시외교 체제를 심화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6년부터 동서대 중국연구센터가 상하이의 동제대 중국전략연구원과 매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민간 차원의 도시외교 포럼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2016년 사드 사태, 2019년 코로나 팬데믹 등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원활하지 않던 시점에서도 계속되었다.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그 이후에도 한중관계 발전과 부산-상하이 도시외교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안해왔고 한-중 민간 도시외교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10년째가 되는 만큼 올해를 계기로 한-중 민간 도시외교의 대표 모델인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더욱 활성화되어 1.5 트랙의 종합적인 부산-상하이 포럼으로 업그레이드되길 기대한다. 예컨대, 연구자 중심의 부산-상하이 논단은 물론이고, 미래세대 청년들이 참여하는 부산-상하이 청년포럼을 진행하고 부산시와 상하이시 정부 기관과 의희가 참여하는 부산-상하이의 청년, 전문가, 언론문화계, 산업계 등이 모두 동참하는 방식의 ‘부산-상하이 협력 포럼’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각계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1)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구형 반도체인 'H800'로 만든 자사의 AI 모델 'R1'이 챗GPT의 신형 모델 'o1'과 성능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R1 개발 비용으로 558만달러(약 78억1천200만원)를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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