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기,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다시 생각하다: 
통제와 참여가 교차하는 거버넌스


대만 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 박사과정 김명준


1. 통제와 감시라는 익숙한 프레임 속에서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통제’와 ‘감시’, ‘억압’과 ‘빅브라더’일 것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이런 인상은 더욱 선명해졌다.  2015년 7월 9일, 중국 정부는 약 250명의 인권변호사와 활동가를 대거 체포하며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고 이어 2016년에는 해외 비정부조직의 국내 활동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중국 내 시민단체들이 해외 지원을 받는 길이 사실상 차단했다. 2018년에는 광둥에서 일어난 노동운동에 연대하던 베이징대 학생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 사회에 대한 국제적 기대, 특히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형성된 시민사회의 자율적 성장에 대한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시진핑 집권 이후의 중국에서 자율적인 시민사회는 설 자리를 잃어갔으며, 서구식 시민사회의 이상은 더 이상 중국을 이해하는 적합한 렌즈가 아니게 된 듯하다.


  또한 인터넷 검열과 톈왕(天网) 감시망, 그리고 사회신용시스템 등은 중국을 점차 숨 막히는 감시체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 모든 것들은 “국가가 사회를 억압한다”는 간단명료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중국을 감시와 억압의 나락으로 보는 시선은 분명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만으로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체제가 단순히 폭력과 감시, 그리고 억압만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은, 중국의 다층적 역학을 외면한 피상적 해석일 수 있다. 억압과 권위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중국의 기층 사회조직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사구(社区)에서의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고 해결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억압’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복잡한 층위가 드러난다. 이 글은 중국 공산당이 단순한 억압의 논리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조정하는 형태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2. 억압, 포섭, 침투: 중국 국가-사회 관계의 세 가지 얼굴

  먼저,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설명하는 주요 개념들을 알아보자. 그동안 학계는 억압(repression), 포섭(co-optation), 그리고 침투(infiltration)라는 세 가지 프레임을 통해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설명해왔다. 각 개념들은 국가와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 억압은 가장 직접적이고도 가시적인 수단이다. 국가는 강제력을 발휘해 사회의 자율적 움직임을 억누르고,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며, 필요한 경우 물리적 힘을 통해 질서를 유지한다.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보는 폭력적인 시위 진압, 체제 비판적 인물 체포, 전방위적인 검열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억압은 명백하고 직접적이며, 통제라는 단어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다. 

  - 포섭은 한층 미묘한 방식이다. 국가는 사회의 유력 인사나 단체를 체제 안으로 부드럽게 끌어들인다. 단지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이익과 기회를 제안하며, 적대적일 수 있는 이들을 우호적인 동반자로 바꿔놓는다. 유명 기업가가 공산당원으로 등장하고, 인기 배우와 운동선수들이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포섭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국가는 강제력을 사용해야하는 부담 없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한다.

  - 침투는 가장 깊고 은밀하다. 국가는 단지 강압하거나 끌어들이는 것을 넘어서, 사회의 일상적 구조 속으로 스며든다. 특정 사회 조직을 직접 설립하거나 기존 사회조직 내에 당 조직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곳곳에 체제의 영향을 뿌리내리도록 한다. 이는 체제의 빈틈을 최소화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체제의 영향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1]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설명하는 주요 개념들. 억압, 포섭, 침투를 나타낸다. 

출처: AI (ChatGPT) 생성형 이미지


  이 세 가지 프레임은 오랫동안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를 설명하는 데 유효한 도구로 기능해왔으며, 지금도 중요한 설명력을 지닌다. 여전히 억압의 강도는 강렬하고, 포섭의 그물은 넓게 펼쳐져 있으며, 침투의 손길은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다는 점에서 세 가지 프레임은 지금도 중국 공산당 통치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프레임들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일방향적 통제와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단순히 사회를 억압하거나, 그 일부를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은밀히 조직을 심는 데 그치지 않으며 이면에는 보다 세련된 조정의 기술이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 공산당은 사회 내부의 다양한 요구와 갈등을 조정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정교하고 복합적인 통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민들이 단순히 억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모습은 기존의 세 가지 프레임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림 2]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여한 유명 영화배우 성룡. 

중국에서는 유명 운동선수나 배우 등 유명인사가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 중앙일보, “성룡, 中인민정치협상회의 참석해”, https://www.joongang.co.kr/article/10833500

 

  이제는 단순히 “국가가 사회를 억압한다”는 익숙한 논리에서 벗어나, “중국 공산당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를 관리하며, 어떤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을 통해서만, 우리는 기존의 틀 안에서 여전히 움직이는 요소들뿐 아니라, 통제의 이미지를 넘어서 드러나는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실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당’의 부상: 조정과 자원 분배의 정치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에서 ‘국가’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에는 정부가 있고, 공산당이 있다. 여기서 공산당은 정책의 방향성을 정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궁극적으로 국가의 권력을 총괄하는 중심축이다. 그리고 정부는 공식적으로 법률을 집행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식적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둘은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르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일반적으로는 국가-사회 관계라는 단순한 이분법 아래 ‘국가’로 묶여 하나처럼 논의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에서 정부와 공산당이 명확히 구분되고 무엇보다 ‘당이 전면에 나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와 일선에서 접촉하는 주체가 정부였다면, 이제는 공산당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지역사회의 일상적 행정과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여러 사회조직은 이제 정부가 아닌 공산당의 명패 아래에서 운영되고, 자원 배분 또한 공산당의 직접적인 손길에 따라 재편되고 있다. 즉, 민정부가 담당하던 역할이 당 조직으로 이관되거나 흡수되었고, 정부는 단순한 행정 처리의 조연으로 밀려난 채, 실질적인 관리는 공산당 조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이 새로운 풍경 속에서 공산당은 단순한 억압자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그 대신,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관리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며, 복잡한 상호작용을 조율하는 정교한 조정자가 된다. 지역 주민들이 복지 서비스를 필요로 할 때, 공산당이 주도하는 당군서비스센터가 나서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기업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할 때도, 공산당의 네트워크가 이를 지원하고 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산당은 억압과 침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행위자들의 요구를 조율하고 그 속에서 통합적 관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림 3]  상하이 시훙챠오구(西虹桥区)의 당군서비스센터. 

당군서비스센터는 기층에서 기존 정부의 기능을 흡수하며 기층치리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출처: 上海市青浦区人民政府, “西虹桥党群服务中心正式启用”, https://www.shqp.gov.cn/shqp/shms/20210714/882667.html


  이와 같은 변화는 과거의 단순한 일방향적 억압 중심의 접근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상호작용의 양상을 보여준다. 

공산당은 이제 단순히 지시를 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자원과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 각계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주민들 또한 더 이상 단순히 통제당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자원이나 기회를 얻기 위해 스스로 공산당의 체계 속으로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공산당이 규정한 질서와 규칙을 내면화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상호작용은 공산당의 통치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며, 사회 각 부문이 공산당의 규칙 속에서(만)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든다. 이는 공산당이 단순한 폭력과 감시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정교하고 지속 가능한 통치 모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의 중국 국가-사회 관계는 더 이상 단순한 억압이나 강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공산당은 기존의 억압, 포섭, 침투라는 설명 틀을 넘어, 조정과 자원 분배를 중심으로 참여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통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산당이 지역 사회의 중심에 서서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여러 행위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체제를 더욱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4. 통제와 참여의 변주: 재구성되는 중국 거버넌스

 중국의 국가-사회 관계는 단순한 통제를 넘어, 참여라는 또 다른 축을 더해 점차 복잡하고 다채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억압적 통치의 익숙한 전개로만은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이 새로운 모델은, 주민들이 체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권위주의적 통제의 강화가 아니라, 공산당이 사회와의 관계를 재조직하는 섬세하고도 복잡한 과정에서 등장했다.


  특히, 최근들어 강조되는 ‘공건공향공치(共建共享共治)’ 개념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을 반영한다. 공건공향공치는 ‘함께 건설하고, 함께 공유하며, 함께 통치한다’는 뜻으로, 당과 정부, 사회가 협력하여 공통의 목표를 이루려는 접근 방식을 나타낸다. 단순한 선전 문구를 넘어, 실제 정책과 실행 단계에서 중요한 운영 원칙으로 자리잡은 이 개념은 마치 공산당이 단순히 통제와 억압만으로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참여’를 강조하는 새로운 통치 방식을 내세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의 참여는 온전히 자발적이라기보다, 당의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는 구조화된 참여라는 점에서 더 복합적인 맥락을 담고 있다. 참여라는 이름 아래 주민들과 사회조직은 체제 내에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구조적 제약을 받으며, 이는 협력적 거버넌스라기보다는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시대의 국가-사회 관계는 이제 기존의 억압 중심 프레임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적 조정과 참여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공산당이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통치 모델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과로 점점 더 많은 ‘참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인민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한다기보단, 이들을 체제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 중국의 거버넌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억압적인가”를 묻는 것에 그치기 보단 공산당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하고, 어떻게 참여를 유도하며, 그 과정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재생산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이런 시각의 전환은 단순한 억압의 이미지를 넘어서, 중국 통치 모델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우) 47011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로47 동서대학교 국제협력관 8층 TEL : 051)320-2950~2
Copyright © 2018 webzine.dsuchina.kr All Rights Reserved. Design By S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