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부산-상하이 포럼의 미래 비전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 김태만
1. 도시외교의 마중물
부산과 상하이는 경제중심의 해양도시이자 자국의 제2도시라는 점에서 닮았다. 또한 동북아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지정학적 우위를 공유하면서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였던가?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이래 경제, 산업,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교류 협력을 이어왔다. 다양한 교류협력의 플랫폼이 구축되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다. 부산의 동서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와 중국연구센터 소장 이흥규 교수 그리고 중국 상하이의 통지(同濟)대학 중국전략연구원 먼홍화(门洪华) 원장 간의 오랜 온양(醞釀) 기간을 거친 끝에 2016년 마침내 제1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양 도시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 속에 부산에서 거행됐다. 그후 코로나 펜데믹에도 불구하고 중단없이 이어져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매 격년으로 부산과 상하이를 오가며 상호호혜적으로 개최해 온 포럼은 주로 국제정치나 외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논점들을 심화토론하고 나름의 솔루션을 찾는 과정을 지속해 왔다. 때로는 현장 전문가나 기업인, 행정 담당자 등의 참여도 있었다. 필자 역시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측의 배려 덕에 개인 사정으로 두어 번 불참한 것을 빼고 첫 회부터 줄곧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으로 여긴다. 이번 칼럼에서 지난 10년을 회고하면서 본 포럼이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우정과 공감의 학술 향연
포럼 명에서 부산과 상하이 두 도시간 ‘협력’이 강조된 것처럼 포럼의 주요 화제(話題)는 늘 긴장과 갈등을 넘어 공생·공존의 ‘도시외교협력’을 강조해 왔다. 이를 반증하듯,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제1회 포럼(2016.11.5,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는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참여해 축사를 할 정도로 부산시 차원의 관심이 높았었다. 첫 회이니만큼 ‘한중 도시 간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도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두 도시 간의 학술교류 및 정책 협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바야흐로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관련한 한반도와의 협력에 방점을 둔 발표와 토론이 주목받기도 했었다. 제2회는 상하이 측의 공동주최 파트너인 통지(同濟)대학에서 열렸다(2017.12.1~2). 제2회는 포럼의 방향성을 공고히 한 회차로, ‘도시문화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도시거버넌스 시각하의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측면에 방점을 두고 도시문화 유산 보존과 창조적 도시 브랜딩을 중심으로 한 ‘양 도시 간 정책 사례 공유’는 매우 특별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비추어 ‘한반도 정세변화와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포럼(2018.10.13.~14, 동서대 민석도서관)에서는 특히 ‘동북아 형세 속의 한반도의 형세변화’와 ‘전략동반자 관계 10년과 인문교류’의 명과 암에 대한 논의가 주목받았다. 다시 상하이로 공간을 옮겨 개최된 제4회 포럼(2019.11.4, 통지대학)에서는 전 해에 이어 ‘동북아 국제관계의 새로운 형세와 부산-상하이 협력’이란 주제로 두 도시간 교류협력의 문제의식을 이어 갔다.
제5회 포럼을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지구촌 시계가 멈춰서 버렸다. 국제간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도시간 이동도 철저히 봉쇄되는 그야말로 전 인류의 교류는커녕 산업과 생업 등 모든 부면이 ‘멈춤(Stop)’이 되었다. 국경너머 양 도시를 이동하며 개최하던 이 포럼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두 도시간 이동은 중단되었지만, 두 연구소 리더들의 열정은 중단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코로나펜데믹 상황에서도 ‘줌회의’를 통해 포럼을 이어가기로 했다. 제5회 포럼(2020.12.4)은 마침 실시된 미국 대선과 연계해 ‘바이든 당선 이후 동아시아 정세’라는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다른 한편 ‘코로나19 이후 부산-상하이 협력’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 ‘코로나 이후 한중 인문교류의 기회와 도전’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하의 방역과 초국경 도시 협력’ 등 “위기 시대의 도시협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비대면 형식으로 토론하는 장이었었다. 특히,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재난 대응과 감염병 관리 등 도시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등도 거론되었다. 이후 코로나 펜데믹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3년 동안은 계속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한중 협력과 부산-상하이 양 지방 도시간 협력을 비롯하여 미국 대선과 동아시아 정세를 아울러 고찰하면서 적지 않은 아이디어와 담론의 벼리를 엮어나가고자’ 기획된 제6회 포럼(2021.12.10)에서는 한반도와 동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정세 속 두 도시가 수행할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항만안보, 공급망 위기관리 등에서의 협력 여지를 강조했다. 제7회 포럼(2022.9.2)은 마침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만큼 지난 30년의 교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지향적 협력의 전략을 모색했다. 지난 30년 동안 진행해 온 ‘정치·외교·안보 분야’, ‘경제·산업 분야’, ‘사회·문화 분야’ 등을 각간 독립 세션으로 구성해 심화 토론을 진행했다. 여기서 두 도시 간 문화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청년층 교류 및 공동 교육 프로그램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코로나 펜데믹에서 벗어난 제8회 포럼(2023.9.22)은 순번에 따라 상하이 통지대학에서 개최됐다. 오랜만의 대면이라 학술적 대화보다 대면의 즐거움이 더 컸던 포럼이었다. 더군다나, 부산-상하이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열린 포럼이라, ‘회고와 전망’이라는 이중적 테마 아래 과거 협력 성과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지속가능한 도시 간 파트너십의 방향성을 논의할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 한중관계 발전과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대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펜데믹 이후 한중 관계와 동북아 안보’, ‘팬데믹 이후 한중 경제 무역’, ‘팬데믹 이후 한중 인문 교류’, ‘팬데믹 이후 부산-상하이 협력 등으로 구성됐다. 제9회 포럼은 2024년 11월 15일, ‘변화하는 동아시아 정세와 부산-상하이 협력’을 주제로 다시 동서대학에서 열렸다. 지정학적 경쟁과 기술 패권이 심화되는 오늘날, 두 도시가 도시외교, 도시인문교류, 도시경제, 국제협력 등을 주제로 지역 평화 및 공동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이렇듯, 지난 9회에 걸친 부산-상하이 협력 포럼은 다양한 주제에 걸쳐 두 도시가 당면한 현안문제에서 외교·통일·안보 등에까지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을 펴쳐 왔다. 이제 10회차를 준비하는 지금, 포럼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3.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두 도시 간 학술적 교류를 통해 공동번영을 위한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민간차원 교류 특히, 두 대학의 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지역의 학자 전문가 기업인 등의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두 도시 간 인적 네트워크 형성, 공동 담론의 생성 그리고 나아가 두 도시간 신뢰 구축 등의 측면에 기여한 이 포럼의 역할과 기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포럼은 매년 교환하는 정례 학술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공동 연구와 정책 실행의 플랫폼으로 발전해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즉, 지속가능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해양을 매개로 한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하는 협력 모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미 도래했을 지도 모를 그 미래를 위해 포럼이 다시 그 출발선을 정립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양경제산업의 전략적 협력은 양 도시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연대 지점이다. 컨테이너 항만, 해운·물류, 스마트 포트, 해양플랜트 등에서 공동연구 및 산업 협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해양 인문·문화·예술 교류는 도시의 정체성과 매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두 도시가 가진 해양문화 자산, 예컨대 개항사, 전통어로(漁撈), 포구 민속, 수산물 시장, 항구 미학, 해양예술, 청년문화 등에 대한 공동 조사와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시, 공연, 출판, 인적교류 프로그램 등의 발굴이 절실하다. 셋째, 최근 부산시가 추동하고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 전략을 동아시아 판으로 확장해 부산-상하이의 공동번영을 위한 허심탄회한 협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로서의 축적된 경험이 부산으로서는 절실한 벤치마킹 대상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관문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부산의 입장에서 상하이의 정책적 동반자 역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최근 부상하고 있는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한 공동 연구 및 물류 전략 수립은 매우 현실적인 의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과 상하이가 북극항로의 기종점 또는 중계점으로서, 해빙기 북극 운송 데이터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LNG 운송,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을 협력할 수 있다면 두 도시의 공동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다음과 같은 실천 과제를 수행하기를 제안한다. ① 포럼 산하 공동 연구센터 설립 및 정책 자문 역할 부여, ② 두 도시의 청년 대상 교류 프로그램 및 공동 프로젝트 공모, ③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한 도시 협력 의제 설정, ④ 해양디지털지도, 북극항로 시뮬레이션 등 공동 디지털 인프라 구축, ⑤ 문화예술 분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및 양방향 전시/공연 정례화, ⑥ 두 도시의 시장(市長) 산하 국제교류 파트를 실무팀으로 하는 고위급 협의체 구축 등을 통해 협력의 강도와 수준을 더 한층 제고해야 한다. 지난 10년의 경험과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100년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 2025. Vol. 19
지속가능한 부산-상하이 포럼의 미래 비전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 김태만
1. 도시외교의 마중물
부산과 상하이는 경제중심의 해양도시이자 자국의 제2도시라는 점에서 닮았다. 또한 동북아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지정학적 우위를 공유하면서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였던가?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이래 경제, 산업,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교류 협력을 이어왔다. 다양한 교류협력의 플랫폼이 구축되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다. 부산의 동서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와 중국연구센터 소장 이흥규 교수 그리고 중국 상하이의 통지(同濟)대학 중국전략연구원 먼홍화(门洪华) 원장 간의 오랜 온양(醞釀) 기간을 거친 끝에 2016년 마침내 제1회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양 도시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 속에 부산에서 거행됐다. 그후 코로나 펜데믹에도 불구하고 중단없이 이어져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매 격년으로 부산과 상하이를 오가며 상호호혜적으로 개최해 온 포럼은 주로 국제정치나 외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논점들을 심화토론하고 나름의 솔루션을 찾는 과정을 지속해 왔다. 때로는 현장 전문가나 기업인, 행정 담당자 등의 참여도 있었다. 필자 역시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측의 배려 덕에 개인 사정으로 두어 번 불참한 것을 빼고 첫 회부터 줄곧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으로 여긴다. 이번 칼럼에서 지난 10년을 회고하면서 본 포럼이 나아가야 할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우정과 공감의 학술 향연
포럼 명에서 부산과 상하이 두 도시간 ‘협력’이 강조된 것처럼 포럼의 주요 화제(話題)는 늘 긴장과 갈등을 넘어 공생·공존의 ‘도시외교협력’을 강조해 왔다. 이를 반증하듯,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제1회 포럼(2016.11.5,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는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참여해 축사를 할 정도로 부산시 차원의 관심이 높았었다. 첫 회이니만큼 ‘한중 도시 간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도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두 도시 간의 학술교류 및 정책 협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바야흐로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관련한 한반도와의 협력에 방점을 둔 발표와 토론이 주목받기도 했었다. 제2회는 상하이 측의 공동주최 파트너인 통지(同濟)대학에서 열렸다(2017.12.1~2). 제2회는 포럼의 방향성을 공고히 한 회차로, ‘도시문화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도시거버넌스 시각하의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측면에 방점을 두고 도시문화 유산 보존과 창조적 도시 브랜딩을 중심으로 한 ‘양 도시 간 정책 사례 공유’는 매우 특별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비추어 ‘한반도 정세변화와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포럼(2018.10.13.~14, 동서대 민석도서관)에서는 특히 ‘동북아 형세 속의 한반도의 형세변화’와 ‘전략동반자 관계 10년과 인문교류’의 명과 암에 대한 논의가 주목받았다. 다시 상하이로 공간을 옮겨 개최된 제4회 포럼(2019.11.4, 통지대학)에서는 전 해에 이어 ‘동북아 국제관계의 새로운 형세와 부산-상하이 협력’이란 주제로 두 도시간 교류협력의 문제의식을 이어 갔다.
제5회 포럼을 준비하는 동안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지구촌 시계가 멈춰서 버렸다. 국제간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도시간 이동도 철저히 봉쇄되는 그야말로 전 인류의 교류는커녕 산업과 생업 등 모든 부면이 ‘멈춤(Stop)’이 되었다. 국경너머 양 도시를 이동하며 개최하던 이 포럼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두 도시간 이동은 중단되었지만, 두 연구소 리더들의 열정은 중단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코로나펜데믹 상황에서도 ‘줌회의’를 통해 포럼을 이어가기로 했다. 제5회 포럼(2020.12.4)은 마침 실시된 미국 대선과 연계해 ‘바이든 당선 이후 동아시아 정세’라는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다른 한편 ‘코로나19 이후 부산-상하이 협력’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 ‘코로나 이후 한중 인문교류의 기회와 도전’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하의 방역과 초국경 도시 협력’ 등 “위기 시대의 도시협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비대면 형식으로 토론하는 장이었었다. 특히,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재난 대응과 감염병 관리 등 도시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등도 거론되었다. 이후 코로나 펜데믹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3년 동안은 계속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한중 협력과 부산-상하이 양 지방 도시간 협력을 비롯하여 미국 대선과 동아시아 정세를 아울러 고찰하면서 적지 않은 아이디어와 담론의 벼리를 엮어나가고자’ 기획된 제6회 포럼(2021.12.10)에서는 한반도와 동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정세 속 두 도시가 수행할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항만안보, 공급망 위기관리 등에서의 협력 여지를 강조했다. 제7회 포럼(2022.9.2)은 마침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만큼 지난 30년의 교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지향적 협력의 전략을 모색했다. 지난 30년 동안 진행해 온 ‘정치·외교·안보 분야’, ‘경제·산업 분야’, ‘사회·문화 분야’ 등을 각간 독립 세션으로 구성해 심화 토론을 진행했다. 여기서 두 도시 간 문화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청년층 교류 및 공동 교육 프로그램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코로나 펜데믹에서 벗어난 제8회 포럼(2023.9.22)은 순번에 따라 상하이 통지대학에서 개최됐다. 오랜만의 대면이라 학술적 대화보다 대면의 즐거움이 더 컸던 포럼이었다. 더군다나, 부산-상하이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아 열린 포럼이라, ‘회고와 전망’이라는 이중적 테마 아래 과거 협력 성과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지속가능한 도시 간 파트너십의 방향성을 논의할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 한중관계 발전과 부산-상하이 협력’이라는 대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펜데믹 이후 한중 관계와 동북아 안보’, ‘팬데믹 이후 한중 경제 무역’, ‘팬데믹 이후 한중 인문 교류’, ‘팬데믹 이후 부산-상하이 협력 등으로 구성됐다. 제9회 포럼은 2024년 11월 15일, ‘변화하는 동아시아 정세와 부산-상하이 협력’을 주제로 다시 동서대학에서 열렸다. 지정학적 경쟁과 기술 패권이 심화되는 오늘날, 두 도시가 도시외교, 도시인문교류, 도시경제, 국제협력 등을 주제로 지역 평화 및 공동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이렇듯, 지난 9회에 걸친 부산-상하이 협력 포럼은 다양한 주제에 걸쳐 두 도시가 당면한 현안문제에서 외교·통일·안보 등에까지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을 펴쳐 왔다. 이제 10회차를 준비하는 지금, 포럼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3.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두 도시 간 학술적 교류를 통해 공동번영을 위한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민간차원 교류 특히, 두 대학의 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지역의 학자 전문가 기업인 등의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두 도시 간 인적 네트워크 형성, 공동 담론의 생성 그리고 나아가 두 도시간 신뢰 구축 등의 측면에 기여한 이 포럼의 역할과 기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포럼은 매년 교환하는 정례 학술 행사를 넘어, 실질적인 공동 연구와 정책 실행의 플랫폼으로 발전해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즉, 지속가능한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해양을 매개로 한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하는 협력 모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미 도래했을 지도 모를 그 미래를 위해 포럼이 다시 그 출발선을 정립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양경제산업의 전략적 협력은 양 도시가 글로벌 해양도시로서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연대 지점이다. 컨테이너 항만, 해운·물류, 스마트 포트, 해양플랜트 등에서 공동연구 및 산업 협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해양 인문·문화·예술 교류는 도시의 정체성과 매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다. 두 도시가 가진 해양문화 자산, 예컨대 개항사, 전통어로(漁撈), 포구 민속, 수산물 시장, 항구 미학, 해양예술, 청년문화 등에 대한 공동 조사와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시, 공연, 출판, 인적교류 프로그램 등의 발굴이 절실하다. 셋째, 최근 부산시가 추동하고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 전략을 동아시아 판으로 확장해 부산-상하이의 공동번영을 위한 허심탄회한 협력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하이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물류 허브로서의 축적된 경험이 부산으로서는 절실한 벤치마킹 대상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관문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부산의 입장에서 상하이의 정책적 동반자 역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최근 부상하고 있는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한 공동 연구 및 물류 전략 수립은 매우 현실적인 의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과 상하이가 북극항로의 기종점 또는 중계점으로서, 해빙기 북극 운송 데이터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LNG 운송,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을 협력할 수 있다면 두 도시의 공동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다음과 같은 실천 과제를 수행하기를 제안한다. ① 포럼 산하 공동 연구센터 설립 및 정책 자문 역할 부여, ② 두 도시의 청년 대상 교류 프로그램 및 공동 프로젝트 공모, ③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한 도시 협력 의제 설정, ④ 해양디지털지도, 북극항로 시뮬레이션 등 공동 디지털 인프라 구축, ⑤ 문화예술 분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및 양방향 전시/공연 정례화, ⑥ 두 도시의 시장(市長) 산하 국제교류 파트를 실무팀으로 하는 고위급 협의체 구축 등을 통해 협력의 강도와 수준을 더 한층 제고해야 한다. 지난 10년의 경험과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100년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