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외교


트럼프 2기 미-중 관세 전쟁과 중국의 대응 전망


창원대학교 이찬우


  글로벌 무역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행정 명령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국가별 맞춤형 상호관세를 쏟아내고 있다.  

  멕시코, 캐나다의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예고한 뒤에 이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두 차례 10%의 추가 관세, 철강, 알루미늄 및 자동차 등의 품목에 대해서는 25% 보편관세 부과를 실행했다. 곧 이어 4월초에는 한국 25%,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일본 24% 등 국가별 맞춤형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것이다.

  현재 트럼프 2기 무역 정책은 보다 적극적이고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이전 시기와  차이가 있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는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제안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견제라는 목표 아래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맹국의 영향력과 협조를 고려하였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단독행동주의를 근간으로 동맹이나 가치 연대 등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대중국 견제와 보호무역주의라는 큰 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자처한 미국은 이제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출처 : AP News Photo/ 2023. 10. 5자


제2라운드 관세 전쟁, 중국은 굴복할 것인가?

  트럼프는 대선 선거운동 중 고율 관세 부과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왔다. 그는 관세를 두고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경제적으로 훌륭하고 협상에도 좋다‘라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현재 트럼부 행정부는 '관세 카드' 선거 공약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의중은 명확하다. 관세를 통해 자국 내 제조업 생산 및 세수 증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가 주요 목적이다. 중국을 필두로 하여, 정부 개입으로 불공정 무역을 지속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현재의 글로벌 무역 질서는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세 부과를 통해 불균형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중 간 패권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과의 자유무역 확대가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산 주요 수입품 추가 관세 부과, 이중용도품목(dual-use item) 수출통제, 중국내 미국 기업 제제, WTO 제소 등 다방면으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대응으로 나서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15%), 닭고기, 대두 등 농축산품(10~15%), 농기계·픽업트럭(10%) 등에 대해 이미 추가 관세를 부과하였다. 또한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필수적인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에 대해서는 중국 <수출통제법>에 따라 수출을 통제 하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로 발표하여 중국 내에서의 거래 및 투자 활동에 제한을 두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의류회사인 PVH 그룹과 세계 1위 유전체 분석장비 제조회사인 일루미나(Illumina, Inc.)를 리스트에 포함시켰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은 지난 2월 구글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였다고 발표했다. 


  미․중 양국의 무역 분쟁에 누가 승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지난 트럼프 1기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2017년 4,318억 달러에서 2024년 5,242억 달러로 증가하였다.(트럼프 행정부 1기 기간에 한정하더라도 중국의 대미 수출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8.9%에서 2024년 14.6%로 감소하였다.  


[ 그림 ] 중국의 대미국 무역 및 비중 변화

(단위 : 억 달러) 

자료 : K-Stat 데이터 저자 계산


  중국은 대미국 수출 비중 감소를 ‘우회 수출’이라는 방법으로 만회하였다. 국제무역연구원(2024) ‘중국의 대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본격화된 2018년 이래 중국은 베트남, 멕시코 경유한 대미국 우회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동 보고서는 베트남을 통해 중국의 대미 제조업 우회수출은 2018년 16억 달러에서 2019년 41억 달러로 증가하였고, 멕시코를 통해 2018년 53억 달러에서 2021년 105억 달러로 증가하였다고 분석하였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피터슨경제연구소의 ‘관세에 대한 모순된 주장(The Incoherent Case for Tariffs)’은 트럼프 1기 관세 부과에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확대되었고 물가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 무역 감소, 산업 경쟁력 저하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내 투자 증가, 세수 증가 등은 일시적이라는 얘기다. 


  미․중 양국의 관세 전쟁은 지금 타협이냐 확전이냐 기로에 서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 단호히 반대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고심이 담겨있다. 올해 양회(兩會) ‘정부업무보고’에서 2024년 목표했던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온 부동산 시장 침체, 민간소비 실적 부진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제고나 내수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의 최혜국 지위 박탈, 우회수출국인 베트남,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높인다면 중국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 간의 ‘강대강(强對强)’ 관세 긴장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미․중 관세 전쟁 배경에 글로벌 패권경쟁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관세 압박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2018년부터 지속되어 온 양국간 관세분쟁이 2020년 1단계 합의에 도달한 점을 고려한다면, 양국은 ‘치킨 게임’ 사례처럼 상당 기간이 흐른 후 중간 지점에서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준비하고 있는 것들 

  중국은 올해 초 오픈소스 기반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를 내놓으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중국중앙텔레비젼(CCTV) 황금시간대 휴머노이드 로봇의 군무(群舞)를 선보였다. 항저우에서는 최첨단 지능형 구형(球形) 순찰 로봇이 경찰과 함께 범죄자를 색출에 나서고 있다. 증강현실을 구현한 지능형 AI 안경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처럼 AI, 신에너지 자동차, 차세대 정보기술,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제품을 하나씩 일상생활에 구현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여 중국은 중장기적인 대응으로 ‘기술 자립’에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있다.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기본이다. 올해 2월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민영기업 좌담회나 양회(兩會) 정부업무보고에서 바이오, 양자 기술, 구현형 AI, 6G 기술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은 이를  잘 반영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인한 실물 부문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내수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생산설비 업그레이드(大规模设备更新)와 가전, 자동차 등 소비재 구매 지원(以旧换新)이라는 소위 ‘두가지 새로운 것(两新)’이라는 정책 이름으로 내수 부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과 내수 확대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관세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곳은 한국이다. 우리의 대미 무역의존도, 경제 규모, 미국과의 동맹 관계 등을 고려하면 중국과 같은 맞대응은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정부가 들어서지 않은 과도기 상황이다. 이런 때 일수록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 테스크 포스 설치, EU 등 여타국과의 전략적 협력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동남아, 남미, 러시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중장기 전략도 시급한 시점이다.



[참고 문헌]

국제무역연구원(2024), 중국의 대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 ADB MRIO를 중심으로

Foreign Affairs(March 11, 2025), The Incoherent Case for Tariffs 

국제무역연구원(2025),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KIEP(2024), 2024 미국 대선: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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