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 사회적 문제



영화 「방화(芳華)」의 재해석과 과거와 공명(共鳴)하는 청춘


동서대학교 장윤미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의 2017년 영화 「방화(芳華)」에 대한 해석 영상이 2025년 마지막 달에 중국의 SNS를 뜨겁게 달궜다. 저장대학교 마르크스주의학원 박사 과정으로 알려진 영화 블로거(聊會電影吧)가 중국 Z세대에게 친숙한 시간여행 기법을 활용하여 영화 「방화」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성장 영화”에서, 사회 불평등과 굳어진 계급 구조를 폭로하는 내용으로 재해석하였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며 3,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가, 결국 해당 영상들이 삭제되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방화’는 향기롭고 빛나는 시기, 즉 청춘을 의미한다. 옌거링(嚴歌笭)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문화대혁명 말기와 이후 시대를 배경으로 문공단(군대 문예단) 청춘들의 삶과 애환을 다루었다. 주인공은 선량하고 모범적인 병사 류펑(劉峰)과 반동 집안의 출신이라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신입 단원 허샤오핑(何小萍)이다. 이상적인 혁명정신이 최상의 목표인 시대, 단원들은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사랑, 욕망, 질투, 배신 등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특히 허샤오핑은 동료들의 편견과 멸시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류펑은 짝사랑하던 동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고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부대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류펑과 허샤오핑은 중월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참혹한 전장에서 극적인 시련을 겪는다. 이후 시대가 바뀌어 개혁개방을 맞지만, 류펑은 전쟁에서 얻은 장애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허샤오핑은 정신병을 얻었다 회복된다. 류펑과 허샤오핑은 파란만장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며, 조용히 함께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가 개봉될 당시에는 격동의 시대에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중장년층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었지만,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5년 한 영화 블로거의 재해석이 많은 청년의 공감을 일으키며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로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에는 영화 주인공의 처지에 공감하며 “내가 바로 류펑이야”, “인민공화국 만세”와 같은 감정적인 표현들로 가득했다. 웨이보, 더우인, 샤오홍슈 등 다른 플랫폼으로 빠르게 확산하여 영화 해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가 강한 사회적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영화 해석 영상이 삭제되는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방화」가 단지 과거를 재현한 영화가 아니라 현재 중국 사회 청년들의 감정을 비치는 거울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의 역사, 그것도 공론화가 금지되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해설에 대해, 2025년의 청년들은 왜, 그리고 어떤 점에서 공명했을까?

영화 해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신분 대비를 통한 계층 차이를 부각한다. 영화 속 고위 간부의 자녀들과 달리, 평민 출신인 류펑과 우파로 낙인찍힌 부모를 둔 허샤오핑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전쟁이 났을 때 류펑과 허샤오핑은 최전선으로 보내지지만, 간부 자녀들은 후방에 남는다. 특히 문공단에서 “살아있는 레이펑(活雷鋒)”이라 불리며 동료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온갖 잡일을 도맡아 했던 류펑은, 전쟁에서 다치고 결국 한쪽 팔을 잃는다. 상류층 출신의 자녀들은 특권적 지위 덕분에 위험을 피할 수 있었던 반면, 저층 집안의 자녀들은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하며, 선의마저 오해받거나 심지어 악용되기까지 한다. 개혁개방 이후 류펑과 허샤오핑은 여전히 고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지만, 고위층 부모를 둔 청년들은 풍요롭고 화려한 생활을 영위한다.

영화 재해석은 오늘날 중국의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계층 간의 장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특권적 엘리트와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는 소셜 미디어 글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불가능한 사회 이동을 의미하는 ‘계급 고착화(固化)’나 ‘계층 격차(鴻溝)’라는 용어는 이미 일상 용어가 되었다. 높은 주택 가격, 교육비, 의료비 부담은 일반 가정에서 모아온 부를 끊임없이 잠식했고, 사회적 상승 이동의 길이 거의 막힌 듯하다. 많은 청년이 체감하는 삶의 구조는, 출발선에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되어 있다는 감각이다. 부모의 사회적 자원, 도시와 농촌의 격차, 교육과 네트워크의 불평등은 개인의 노력 이전에 삶의 궤적을 규정한다. 과거와 같은 ‘계급 성분’은 사라졌지만, ‘가정 배경’과 ‘능력’이라는 언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러한 불평등의 구조적인 원인을 찾거나 직접적인 정치의 언어로 명시하지는 않는다. 「방화」에서 묘사하는 문공단 청년들은 혁명과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와 시대에 헌신하지만, 개인의 욕망이나 감정은 사소한 것으로 취급되며, 시대가 전환되자 쉽게 주변부로 밀려난다. 영화는 충성과 성실, 도덕성이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상처의 조건이 되며, 개인이 시대의 요구 때문에 소모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불평등은 시장, 경쟁, 알고리즘, 성과 평가라는 비정치적 언어로 설명된다. 실패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부족함으로 환원되고, 질문은 체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다. 이로써 불평등은 덜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더 문제 삼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영화 주인공의 보상받지 못한 운명과 숭고한 희생은 오늘날 Z세대의 처지와 공명을 불러일으켰다. 류펑은 시대의 부름 속에 헌신을 다했지만, 개혁 이후 쓸모없는 인간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청년들은 시대 흐름에 의해 다시 한번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

이번 「방화」 영화의 재해석과 영상 삭제를 둘러싼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중국 청년들이 주류 권력과 기득권에 저항하는 방식이다. 문학이나 영화 작품의 재해석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내는 방식은, 은유와 풍자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비판을 발신하는 우회적 전략이다.

현재 중국의 통치층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시민이나 청년들의 집단적 행동이 아니라, 당-국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출산, 코로나, 대학 교육 정책을 둘러싼 일련의 약속과 배신은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를 크게 약화시켰다.

국가에서는 발전과 안정의 서사를 강조하지만, 청년들은 자신이 시대에 의해 사용되고 소모된다고 느낀다. 중국 사회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다른가?


[참고 자료]

「引中国年轻人怀念文革, 爆红《芳华》解说被下架」 <联合早报> 2025/12/07. 

「电影《芳华》二次解读视频网络爆火遭禁引热议」 2025/12/14, https://www.rfi.f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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