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일 관계 동향과 문화·안보 갈등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다훈
미·중 경쟁 구도와 중일 관계의 부상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미·중 전략 경쟁을 격화시키며 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의 고율 관세는 중국과 일본 모두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양국은 이러한 압력 속에서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했고, 중국은 2024년 말 외교적 공세를 완화하며 대화 채널 복원을 모색했다. 일본 또한 갈등이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보다 신중하고 균형적인 접근을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2025년 11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 관련 발언은 두 나라 간 외교 위기를 촉발했고, 중국은 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하며 강도 높은 비난과 제재성 조치를 연쇄적으로 가함으로써 관계가 구조적 긴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안보 ‘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며 일본의 언사에 대해 외교적·경제적·사회문화적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은 대만 억제와 미국 주도의 안보 네트워크 내 역할 확대를 지속하고 있어, 현재 중일 관계는 협력과 견제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불안한 ‘경쟁적 공존’ 상태로 재정의되고 있다.
경제 협력과 제약 요인
중국과 일본은 상품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긴밀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해 온 핵심 경제 파트너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양국 모두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영향을 받자, 중국과 일본은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2025년 일본을 포함한 40여 개국 국민에게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정책을 2026년 말까지 연장했으며, 이는 인적 교류를 확대해 경제적 완충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협력 기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국의 기술 동맹 전략에 발맞추어 첨단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지만, 자국 경기 회복을 위해 일본과의 교역 관계를 단절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 있다.
경제적 긴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2023년 방류 결정 이후 중국 내부에서 소비자 불안과 강한 반발이 촉발되었고, 중국 정부는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양국 간 협의를 거치며 약 2년에 가까운 금지 조치가 일부 완화되기도 했지만, 정책이 재개와 중단을 오가는 불안정한 흐름은 그대로 남았다. 이는 경제 이슈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정치·안보 변화와 연동되는 구조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6년 1월 중국이 일본을 대상으로 ‘민·군 겸용(dual-use)’ 품목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추가 갈등 단계로 이행했다. 이 조치는 전략물자와 희토류 통제 강화로 이어지며 일본의 첨단 제조업과 방위 산업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일본산 반도체 소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병행함으로써 무역 전선을 확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일 경제 관계는 기존의 상호의존적 구도에서 정치·안보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 갈등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안보 현안: 대만과 영유권 갈등
중국과 일본은 안보 영역에서 여러 민감한 현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전례 없는 최대의 도전”으로 규정하고 방위비 증액과 군사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본의 역할 확대를 견제하며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적인 해상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만 해도 중국 해경선이 센카쿠 주변 해역에 장기간 상주하는 모습이 반복되었으며, 긴장 완화의 조짐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양국은 위기 관리를 위해 2023년 직통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실제 갈등 방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일 안보 갈등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2025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재차 강조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고, 일본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일본의 이러한 태도를 레드라인의 침범으로 인식하고 외교적 항의뿐 아니라 국내 여론전까지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미국 주도의 미·일·한 안보 협력 강화가 중국의 포위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과 실시간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일본을 향한 직설적 비판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일본의 전략적 움직임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양국 간 안보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한·일 삼각 협력 강화와 중국의 대응이 맞물리며 역내 안보 질서의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결국 중일 안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직통 협의 채널조차 실제 충돌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 교류의 정치화와 ‘한일령’의 등장
최근 중일 갈등은 문화·사회 분야로까지 확대되며 여론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랜 기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음악, 패션은 중국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중국 내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킬 정도로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그러나 2025년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일본 관련 영화 개봉이 연기되고 공연·교류 행사가 취소되는 등 문화 교류 위축이 가시화됐다.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언론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류 콘텐츠 유통이 위축됐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거론하며, 최근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제약 움직임을 ‘한일령(限日令)’에 빗대어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영화당국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 상영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개봉이 예정돼 있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짱구는 못말려〉 신작과 〈일하는 세포〉의 상영 일정이 연기되면서, 해당 작품들은 예정된 시점에 중국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일부 이미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비판적 반응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도 급작스러운 제동이 걸렸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예정되어 있던 일본 가수들의 콘서트와 팬미팅 등 20여 건의 공연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일본 코미디 공연마저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11월 말 광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일본 아이돌 그룹 JO1의 팬미팅이 취소되는 등 일련의 조치들이 일본 연예계에 직접 타격을 주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공식 권고하며 인적 교류까지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어 일본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문화·사회적 압박 조치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자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결집시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연일 일본을 향해 “역사를 망각한 군국주의 망령”이라는 등의 거친 비난을 이어가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 반일 감정을 고취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되는데,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백과사전은 독도를 “한국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한 섬”이라고 표기하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일축하는 정보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 내 일부 온라인 플랫폼의 정보 노출 방식이 일본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를 둘러싸고 중국이 대일(對日) 압박 국면에서 역사·영토 인식을 외교적 메시지의 한 요소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림 1] 중국 내 상영이 연기된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Japan Takeshima”를 검색하면, 상단에 “독도(Dokdo)”라는 제목의 백과사전 링크가 표시된다.

출처: 바이두(Baidu)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Japan Takeshima”를 검색하면, 상단에 “독도(Dokdo)”라는 제목의 백과사전 링크가 표시된다.
한국에 미치는 함의
최근 중일 갈등의 가속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전반에 복합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일본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문화·관광·인적 교류 분야의 제약이 확대되면서, 그 여파가 한국에 어떤 형태로 작용할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 일부 여행사들이 일본 노선을 축소하거나 대체 여행지로 한국과 동남아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관광업계가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특정 국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동시에 중국 내 일부 언론 보도와 온라인 정보 노출을 둘러싸고 일본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인식이 확산되는 양상이 관찰되면서, 이를 한중 간 역사·영토 인식에서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될 여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례들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일관된 외교 전략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개별 사건과 그 파급 효과를 구분해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일 갈등의 장기화 자체가 동북아 지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에 요구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안보 협력 파트너이기 때문에, 중국의 대일 강경 대응이 역내 안보 구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북핵 문제와 지역 안보 환경을 감안해 한미일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대중 관계 악화가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안보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한중 정상 간 교류 재개 등 관계 개선의 조짐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이러한 균형 외교를 모색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제공한다. 중일 갈등 국면 속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상황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외교적 선택지를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일 관계의 향방은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과 경제 협력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과거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의 대응으로 한국이 겪었던 경험은 주변국 간 갈등이 제3국에 미치는 파급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은 미·중 경쟁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인식하면서도, 감정적 대응을 경계하고 유연하면서도 원칙적인 외교 전략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림 2] 중국 내 상영이 연기된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포스터. 2025.11.18.

출처: 바이두(Baidu)
< 2026. Vol. 20
최근 중일 관계 동향과 문화·안보 갈등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다훈
미·중 경쟁 구도와 중일 관계의 부상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미·중 전략 경쟁을 격화시키며 중일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의 고율 관세는 중국과 일본 모두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양국은 이러한 압력 속에서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했고, 중국은 2024년 말 외교적 공세를 완화하며 대화 채널 복원을 모색했다. 일본 또한 갈등이 자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보다 신중하고 균형적인 접근을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2025년 11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만 관련 발언은 두 나라 간 외교 위기를 촉발했고, 중국은 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하며 강도 높은 비난과 제재성 조치를 연쇄적으로 가함으로써 관계가 구조적 긴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안보 ‘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며 일본의 언사에 대해 외교적·경제적·사회문화적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은 대만 억제와 미국 주도의 안보 네트워크 내 역할 확대를 지속하고 있어, 현재 중일 관계는 협력과 견제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불안한 ‘경쟁적 공존’ 상태로 재정의되고 있다.
경제 협력과 제약 요인
중국과 일본은 상품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긴밀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해 온 핵심 경제 파트너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양국 모두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영향을 받자, 중국과 일본은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2025년 일본을 포함한 40여 개국 국민에게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정책을 2026년 말까지 연장했으며, 이는 인적 교류를 확대해 경제적 완충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협력 기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국의 기술 동맹 전략에 발맞추어 첨단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지만, 자국 경기 회복을 위해 일본과의 교역 관계를 단절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 있다.
경제적 긴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2023년 방류 결정 이후 중국 내부에서 소비자 불안과 강한 반발이 촉발되었고, 중국 정부는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양국 간 협의를 거치며 약 2년에 가까운 금지 조치가 일부 완화되기도 했지만, 정책이 재개와 중단을 오가는 불안정한 흐름은 그대로 남았다. 이는 경제 이슈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정치·안보 변화와 연동되는 구조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6년 1월 중국이 일본을 대상으로 ‘민·군 겸용(dual-use)’ 품목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추가 갈등 단계로 이행했다. 이 조치는 전략물자와 희토류 통제 강화로 이어지며 일본의 첨단 제조업과 방위 산업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일본산 반도체 소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병행함으로써 무역 전선을 확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일 경제 관계는 기존의 상호의존적 구도에서 정치·안보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 갈등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안보 현안: 대만과 영유권 갈등
중국과 일본은 안보 영역에서 여러 민감한 현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전례 없는 최대의 도전”으로 규정하고 방위비 증액과 군사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본의 역할 확대를 견제하며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적인 해상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만 해도 중국 해경선이 센카쿠 주변 해역에 장기간 상주하는 모습이 반복되었으며, 긴장 완화의 조짐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양국은 위기 관리를 위해 2023년 직통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실제 갈등 방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일 안보 갈등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2025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으로 재차 강조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고, 일본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일본의 이러한 태도를 레드라인의 침범으로 인식하고 외교적 항의뿐 아니라 국내 여론전까지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미국 주도의 미·일·한 안보 협력 강화가 중국의 포위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과 실시간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일본을 향한 직설적 비판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일본의 전략적 움직임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양국 간 안보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한·일 삼각 협력 강화와 중국의 대응이 맞물리며 역내 안보 질서의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결국 중일 안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직통 협의 채널조차 실제 충돌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 교류의 정치화와 ‘한일령’의 등장
최근 중일 갈등은 문화·사회 분야로까지 확대되며 여론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랜 기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음악, 패션은 중국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중국 내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킬 정도로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그러나 2025년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일본 관련 영화 개봉이 연기되고 공연·교류 행사가 취소되는 등 문화 교류 위축이 가시화됐다.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언론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류 콘텐츠 유통이 위축됐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거론하며, 최근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제약 움직임을 ‘한일령(限日令)’에 빗대어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영화당국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 상영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개봉이 예정돼 있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짱구는 못말려〉 신작과 〈일하는 세포〉의 상영 일정이 연기되면서, 해당 작품들은 예정된 시점에 중국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일부 이미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비판적 반응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도 급작스러운 제동이 걸렸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예정되어 있던 일본 가수들의 콘서트와 팬미팅 등 20여 건의 공연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일본 코미디 공연마저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11월 말 광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일본 아이돌 그룹 JO1의 팬미팅이 취소되는 등 일련의 조치들이 일본 연예계에 직접 타격을 주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를 공식 권고하며 인적 교류까지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어 일본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문화·사회적 압박 조치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자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결집시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연일 일본을 향해 “역사를 망각한 군국주의 망령”이라는 등의 거친 비난을 이어가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 반일 감정을 고취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되는데,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백과사전은 독도를 “한국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한 섬”이라고 표기하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일축하는 정보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 내 일부 온라인 플랫폼의 정보 노출 방식이 일본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를 둘러싸고 중국이 대일(對日) 압박 국면에서 역사·영토 인식을 외교적 메시지의 한 요소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림 1] 중국 내 상영이 연기된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Japan Takeshima”를 검색하면, 상단에 “독도(Dokdo)”라는 제목의 백과사전 링크가 표시된다.
출처: 바이두(Baidu)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Japan Takeshima”를 검색하면, 상단에 “독도(Dokdo)”라는 제목의 백과사전 링크가 표시된다.
한국에 미치는 함의
최근 중일 갈등의 가속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전반에 복합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일본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문화·관광·인적 교류 분야의 제약이 확대되면서, 그 여파가 한국에 어떤 형태로 작용할지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 일부 여행사들이 일본 노선을 축소하거나 대체 여행지로 한국과 동남아를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관광업계가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특정 국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동시에 중국 내 일부 언론 보도와 온라인 정보 노출을 둘러싸고 일본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인식이 확산되는 양상이 관찰되면서, 이를 한중 간 역사·영토 인식에서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될 여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례들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일관된 외교 전략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개별 사건과 그 파급 효과를 구분해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일 갈등의 장기화 자체가 동북아 지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에 요구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안보 협력 파트너이기 때문에, 중국의 대일 강경 대응이 역내 안보 구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북핵 문제와 지역 안보 환경을 감안해 한미일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대중 관계 악화가 초래할 수 있는 경제적·안보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한중 정상 간 교류 재개 등 관계 개선의 조짐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이러한 균형 외교를 모색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제공한다. 중일 갈등 국면 속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상황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외교적 선택지를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일 관계의 향방은 동북아 전체의 안보 지형과 경제 협력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과거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의 대응으로 한국이 겪었던 경험은 주변국 간 갈등이 제3국에 미치는 파급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은 미·중 경쟁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인식하면서도, 감정적 대응을 경계하고 유연하면서도 원칙적인 외교 전략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림 2] 중국 내 상영이 연기된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포스터. 2025.11.18.
출처: 바이두(Bai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