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강(掘港)의 백발: 엔닌(円仁)의 구법(求法) 여정에서 글로벌 인구 실험실까지
— 2026년 양회(兩會) 정책 맥락에서 본 루둥(如東) 고찰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쉬리
一. 역사적 복선: 구법의 해변에서 시대의 전초기지로
장쑤(江蘇) 난퉁(南通)의 지리적 구도 속에서 루둥현(如東縣)은 매우 의미심장한 사회학적 좌표라 할 수 있다. 이곳은 대중의 인식 속에 박제된 변방의 ‘쑤베이(蘇北)’가 아니라, 강과 바다의 문화가 교차하는 ‘쑤중(蘇中)’의 관문이다. 루동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에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최초’라는 수식어로 각인되어 왔다. 40여 년 전, 이곳은 국가 인구 정책을 선도하며 전국적인 계획생육(計劃生育) 모범 지역인 ‘홍기현(紅旗縣)’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루둥은 전혀 다른 이유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루둥현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41.12%에 달한다. 이는 주민 10명 중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다. 반면, 0~17세 인구 비중은 8.72%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단적 인구 구조는 루둥을 중국과 동아시아의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관측 창’으로 만들었다.

[그림 1. 2024년 말 루둥현 인구수 및 구성 현황]
<출처> 2024年如东县国民经济和社会发展统计公报1)
루둥의 가치는 통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9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이자 대외 교류의 관문이었다. 일본의 고승 엔닌은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서 당시 굴항(掘港, 즉 쥐에강, 현재의 루둥현 현청 소재지)을 주요 상륙지로 기록했다.
당 개성(開成) 3년(838년), 엔닌이 상륙하며 기록했던 그 역동적인 항로는 천여 년이 흐른 지금 인구학적 ‘표본’으로 치환되었다. 이제 루둥이 직면한 과제는 먼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의 파도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질서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이다.

[그림 2. 굴항 국청사 유적공원 내 엔닌(圓仁) 상과 『입당구법순례행기』 속 굴항 관련 기록]
<사진> 필자 촬영
二. 장원(狀元)의 신화, 인재 유출과 부양의 위기
장쑤성 내에서 루둥은 오랫동안 ‘교육 강현(敎育强縣)’의 대명사였다. 독보적인 진학률과 매년 배출되는 가오카오 장원(高考狀元)은 루둥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지역을 지탱해 온 정신적 지표였다. 루둥의 부모들은 자녀를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을 생애 최고의 과업으로 여겼고, 루둥은 수많은 장원과 엘리트들을 중앙으로 송출하며 그 명성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눈부신 가오카오 장원의 신화는 루둥의 인구 구조를 해체하는 기제가 되었다. 루둥의 교육 모델은 본질적으로 ‘지역 수재를 키워 대도시로 내보내는’ 일방향적 시스템이었다. 장원의 영예를 안고 고향을 떠난 청년들은 대도시의 핵심 인재로 자리 잡았을 뿐, 누구도 루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교육이 성공하여 더 뛰어난 장원을 배출할수록 지역의 유능한 인적 자원은 도리어 빠르게 고갈되었고, 이는 ‘교육을 통한 발전’이 아닌 ‘교육을 통한 소멸’이라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낳았다.
풍부한 학령인구가 유출의 공백을 메워주던 시대는 끝났다. 출생 인구의 급감 속에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로 가득했던 학교들은 폐교와 통폐합의 위기에 처해 있다. 거리마다 붉은 현수막을 내걸고 축하하던 가오카오 장원의 소식 역시 이제는 아스라한 전설이 되어간다. 자녀를 장원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부모들은, 이제 스스로 밖으로 밀어낸 자녀들의 빈자리를 마주하며 적막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화려했던 장원의 기억이 흐릿해진 자리에는 ‘성장 속의 수축’이라는 차가운 현실만이 남았다.
三、 ‘가정 고립도’와 세대 간 계약의 위기: 윤리에서 억압으로
루둥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은 경제적 빈곤이 아닌, 인구 구조의 급변이 자아내는 체감에서 기인한다. 과거 계획생육의 모범이었던 루둥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4-2-1’, 나아가 ‘8-4-2-1’ 구조에 진입했다. 이는 가족 중심의 전통적 부양 체계가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나 역시 이 구조적 비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아버지와 그 곁을 홀로 지키는 어머니, 그리고 타향에서 마음을 졸이는 외동딸인 나의 현실은 루둥의 보편적 초상이다. 부모님은 서로를 의지하며 노년을 버텨내고 있지만, 이는 ‘온정’만으로 감내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 되었다. 과거 자녀를 대도시로 보내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으나, 이제 그 성공한 자녀들은 부모의 곁을 지킬 수 없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시대적 어긋남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중압감의 본질이다.

[그림 3. BBC 중문판(中文網)이 보도한 루둥현의 고령화 문제]
<출처> BBC 중문판(中文網)2)
四. 고령화 사회의 '고립된 섬': 루동의 진통에서 국가적 제도화로
이러한 '말할 수 없는' 시대적 전환기에 직면한 제1세대 외자녀 가정이 겪는 집단적 고립무원 상태는 루동 사례에서 확인되듯, 극단적인 ‘가정 고립도(家庭孤島)’ 현상이 장수 시대의 수발 부담과 결합할 때 과거 온정적이었던 세대 간 계약(Intergenerational Contract)이 점차 감내하기 어려운 제도적 억압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루동의 진통은 역설적으로 국가 제도적 각성의 기점이 되었다. 2026년 전국양회 정부업무보고는 고령화 대응을 국가적 체계로 격상시켰으며, 특히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면적 수립’은 루동과 같은 시범 모델의 국가적 법제화를 공식화했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2026년 3월 5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 회의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報告)' 제4항 '2026년 정부업무과제' 중 제8호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사회보장 및 서비스를 강화한다. 도농(都農) 주민 기초연금의 월 최저 지급액 표준을 20위안 추가 인상한다. 기본 양로보험(국민연금 격)의 전국 통합 관리 제도를 내실화하여 이행하며, 실업보험과 산재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 직업 상해 보장 시범 사업의 대상 확대를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추진하며, 사회보험 관계의 전보 및 계속 가입 정책을 정비한다. 인구 고령화 대응 국가 전략을 심층 실시하고, 보편적 실혜형(普惠) 양로 서비스 공급을 확대하며, 도시 커뮤니티 양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농촌 양로 서비스를 적극 발전시킨다. 중도(中度) 이상의 실능(失能, 자립 생활 불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양로 서비스 바우처(소비 보조금) 사업을 실시한다. 의료·돌봄 통합 서비스(의양결합) 발전을 도모한다. 노인 인적 자원을 적극 개발하고, 고령친화산업(실버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는 조치를 제정하며, 노인 용품 및 관련 제품, 양로 금융, 체류형(여거) 양로 등 지원 정책을 완비한다. 재활 간호 역량 확충 및 강화 공정을 실시한다. 장기 요양 보험(장기 간호 보험) 제도를 시행한다. 독거노인, 실능·실지(치매) 등 취약 계층에 대한 돌봄과 지원을 충실히 이행한다”3)
쉬인보오(徐银波) 교수의 지적처럼, 수발의 책임을 혈연의 고립된 분투에서 국가와 사회의 위험 분담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가정의 존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4). 이번 양회에서 언급된 실능 노인 돌봄 지원 강화 등은 필자와 같이 타향에 있는 자녀와 고향의 부모 사이에 발생한 ‘돌봄의 단층(照护断层)’을 메우기 위한 실질적인 처방이다.
또한, 중국 100대 경제 강현(经济百强县)이라는 위상과 인구 유출이 공존하는 루동의 ‘성장 속의 수축’은 실버 경제 육성이라는 새로운 청사진 속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 난통의 ‘실능 예방 워크스테이션’5)이나 쥐에강의 ‘체인형 양로(链式养老)’ 실천은 정책이 안착하기 전부터 시작된 현장의 치열한 탐색이었다6). 이는 가정 내 수발의 사회적 가치를 공론화하고, 홀로 분투하는 돌봄 제공자들에게 국가가 제도적 버팀목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五. 결어: 루동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엔닌이 기록한 쥐에강에서 오늘날의 인구학적 표본에 이르기까지, 루동은 언제나 시대의 변천과 긴밀히 연결되어 왔다. 이곳의 진통은 일개 현(縣) 단위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 사회 전환의 단면을 보여준다. 2026년 전국양회의 시각에서 루동은 단순한 도전 과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미리 도달한 현실이다.
루동의 백발은 경고이자 동시에 미래를 가리키는 실마리다. 천여 년 전 엔닌이 이곳에서 구법의 길에 올랐듯, 오늘날의 루동 또한 고령화 사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묵묵히 탐색하고 있다.
※ AI 활용 고지
OpenAI ChatGPT 도구는 한국어 문장 교정(표현·문법), 용어·형식의 일관성 점검 등 언어적·편집적 보조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였다. 투고 내용·연구 설계·분석 및 결론은 투고자가 독립적으로 수행·검토하여 최종 확정하였다.
1) 如东县人民政府官网: https://www.rudong.gov.cn/rdxrmzf/tjgb/content/e244abdd-0c7a-4f73-96a9-c2039286bd84.html
2) BBC 중문판(中文網):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65531604
3) 2026年3月 5 日第 14届全国人民代表大会第四次会议《2026年国务院政府工作报告》 第四项“2026年政府工作任务“第(八)条:加强社会保障和服务。城乡居民基础养老金月最低标准再提高20元。完善并落实基本养老保险全国统筹制度,扩大失业、工伤保险覆盖面,稳妥有序推进职业伤害保障试点扩围,健全社保关系转移接续政策。深入实施积极应对人口老龄化国家战略,扩大普惠养老服务供给,健全城市社区养老服务网络,积极发展农村养老服务,实施中度以上失能老年人养老服务消费补贴项目。发展医养结合服务。积极开发老年人力资源,制定推进银发经济高质量发展的措施,完善老年用品产品、养老金融、旅居养老等支持政策。实施康复护理扩容提升工程。推行长期护理保险制度。做好独居老人、失能失智等困难群体的关爱帮扶。
4) 徐银波, 2021, <论我国长期护理保险制度试点中的争议问题与理论回应> 《西南政法大学学报》, pp.25-31.
5) 郝恬然·李颖, 2021, <我国长期护理保险试点方案比较研究—基于内容分析法> 《中国卫生政策研究》第14卷第7期, p.47.
6) 符瑞, 2025, 《深度老龄化背景下南通市掘港镇农村链式养老服务运行问题及对策研究》 江南大学硕士学位论文, p.4.
< 2026. Vol. 21
쥐에강(掘港)의 백발: 엔닌(円仁)의 구법(求法) 여정에서 글로벌 인구 실험실까지
— 2026년 양회(兩會) 정책 맥락에서 본 루둥(如東) 고찰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쉬리
一. 역사적 복선: 구법의 해변에서 시대의 전초기지로
장쑤(江蘇) 난퉁(南通)의 지리적 구도 속에서 루둥현(如東縣)은 매우 의미심장한 사회학적 좌표라 할 수 있다. 이곳은 대중의 인식 속에 박제된 변방의 ‘쑤베이(蘇北)’가 아니라, 강과 바다의 문화가 교차하는 ‘쑤중(蘇中)’의 관문이다. 루동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에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최초’라는 수식어로 각인되어 왔다. 40여 년 전, 이곳은 국가 인구 정책을 선도하며 전국적인 계획생육(計劃生育) 모범 지역인 ‘홍기현(紅旗縣)’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루둥은 전혀 다른 이유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루둥현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41.12%에 달한다. 이는 주민 10명 중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다. 반면, 0~17세 인구 비중은 8.72%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단적 인구 구조는 루둥을 중국과 동아시아의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관측 창’으로 만들었다.
[그림 1. 2024년 말 루둥현 인구수 및 구성 현황]
<출처> 2024年如东县国民经济和社会发展统计公报1)
루둥의 가치는 통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9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이자 대외 교류의 관문이었다. 일본의 고승 엔닌은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서 당시 굴항(掘港, 즉 쥐에강, 현재의 루둥현 현청 소재지)을 주요 상륙지로 기록했다.
당 개성(開成) 3년(838년), 엔닌이 상륙하며 기록했던 그 역동적인 항로는 천여 년이 흐른 지금 인구학적 ‘표본’으로 치환되었다. 이제 루둥이 직면한 과제는 먼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의 파도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질서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이다.
[그림 2. 굴항 국청사 유적공원 내 엔닌(圓仁) 상과 『입당구법순례행기』 속 굴항 관련 기록]
<사진> 필자 촬영
二. 장원(狀元)의 신화, 인재 유출과 부양의 위기
장쑤성 내에서 루둥은 오랫동안 ‘교육 강현(敎育强縣)’의 대명사였다. 독보적인 진학률과 매년 배출되는 가오카오 장원(高考狀元)은 루둥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지역을 지탱해 온 정신적 지표였다. 루둥의 부모들은 자녀를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을 생애 최고의 과업으로 여겼고, 루둥은 수많은 장원과 엘리트들을 중앙으로 송출하며 그 명성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눈부신 가오카오 장원의 신화는 루둥의 인구 구조를 해체하는 기제가 되었다. 루둥의 교육 모델은 본질적으로 ‘지역 수재를 키워 대도시로 내보내는’ 일방향적 시스템이었다. 장원의 영예를 안고 고향을 떠난 청년들은 대도시의 핵심 인재로 자리 잡았을 뿐, 누구도 루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교육이 성공하여 더 뛰어난 장원을 배출할수록 지역의 유능한 인적 자원은 도리어 빠르게 고갈되었고, 이는 ‘교육을 통한 발전’이 아닌 ‘교육을 통한 소멸’이라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낳았다.
풍부한 학령인구가 유출의 공백을 메워주던 시대는 끝났다. 출생 인구의 급감 속에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로 가득했던 학교들은 폐교와 통폐합의 위기에 처해 있다. 거리마다 붉은 현수막을 내걸고 축하하던 가오카오 장원의 소식 역시 이제는 아스라한 전설이 되어간다. 자녀를 장원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부모들은, 이제 스스로 밖으로 밀어낸 자녀들의 빈자리를 마주하며 적막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화려했던 장원의 기억이 흐릿해진 자리에는 ‘성장 속의 수축’이라는 차가운 현실만이 남았다.
三、 ‘가정 고립도’와 세대 간 계약의 위기: 윤리에서 억압으로
루둥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은 경제적 빈곤이 아닌, 인구 구조의 급변이 자아내는 체감에서 기인한다. 과거 계획생육의 모범이었던 루둥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4-2-1’, 나아가 ‘8-4-2-1’ 구조에 진입했다. 이는 가족 중심의 전통적 부양 체계가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나 역시 이 구조적 비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아버지와 그 곁을 홀로 지키는 어머니, 그리고 타향에서 마음을 졸이는 외동딸인 나의 현실은 루둥의 보편적 초상이다. 부모님은 서로를 의지하며 노년을 버텨내고 있지만, 이는 ‘온정’만으로 감내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 되었다. 과거 자녀를 대도시로 보내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으나, 이제 그 성공한 자녀들은 부모의 곁을 지킬 수 없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이것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시대적 어긋남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중압감의 본질이다.
[그림 3. BBC 중문판(中文網)이 보도한 루둥현의 고령화 문제]
<출처> BBC 중문판(中文網)2)
四. 고령화 사회의 '고립된 섬': 루동의 진통에서 국가적 제도화로
이러한 '말할 수 없는' 시대적 전환기에 직면한 제1세대 외자녀 가정이 겪는 집단적 고립무원 상태는 루동 사례에서 확인되듯, 극단적인 ‘가정 고립도(家庭孤島)’ 현상이 장수 시대의 수발 부담과 결합할 때 과거 온정적이었던 세대 간 계약(Intergenerational Contract)이 점차 감내하기 어려운 제도적 억압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루동의 진통은 역설적으로 국가 제도적 각성의 기점이 되었다. 2026년 전국양회 정부업무보고는 고령화 대응을 국가적 체계로 격상시켰으며, 특히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면적 수립’은 루동과 같은 시범 모델의 국가적 법제화를 공식화했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2026년 3월 5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4차 회의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報告)' 제4항 '2026년 정부업무과제' 중 제8호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사회보장 및 서비스를 강화한다. 도농(都農) 주민 기초연금의 월 최저 지급액 표준을 20위안 추가 인상한다. 기본 양로보험(국민연금 격)의 전국 통합 관리 제도를 내실화하여 이행하며, 실업보험과 산재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 직업 상해 보장 시범 사업의 대상 확대를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추진하며, 사회보험 관계의 전보 및 계속 가입 정책을 정비한다. 인구 고령화 대응 국가 전략을 심층 실시하고, 보편적 실혜형(普惠) 양로 서비스 공급을 확대하며, 도시 커뮤니티 양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농촌 양로 서비스를 적극 발전시킨다. 중도(中度) 이상의 실능(失能, 자립 생활 불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양로 서비스 바우처(소비 보조금) 사업을 실시한다. 의료·돌봄 통합 서비스(의양결합) 발전을 도모한다. 노인 인적 자원을 적극 개발하고, 고령친화산업(실버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추진하는 조치를 제정하며, 노인 용품 및 관련 제품, 양로 금융, 체류형(여거) 양로 등 지원 정책을 완비한다. 재활 간호 역량 확충 및 강화 공정을 실시한다. 장기 요양 보험(장기 간호 보험) 제도를 시행한다. 독거노인, 실능·실지(치매) 등 취약 계층에 대한 돌봄과 지원을 충실히 이행한다”3)
쉬인보오(徐银波) 교수의 지적처럼, 수발의 책임을 혈연의 고립된 분투에서 국가와 사회의 위험 분담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가정의 존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4). 이번 양회에서 언급된 실능 노인 돌봄 지원 강화 등은 필자와 같이 타향에 있는 자녀와 고향의 부모 사이에 발생한 ‘돌봄의 단층(照护断层)’을 메우기 위한 실질적인 처방이다.
또한, 중국 100대 경제 강현(经济百强县)이라는 위상과 인구 유출이 공존하는 루동의 ‘성장 속의 수축’은 실버 경제 육성이라는 새로운 청사진 속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 난통의 ‘실능 예방 워크스테이션’5)이나 쥐에강의 ‘체인형 양로(链式养老)’ 실천은 정책이 안착하기 전부터 시작된 현장의 치열한 탐색이었다6). 이는 가정 내 수발의 사회적 가치를 공론화하고, 홀로 분투하는 돌봄 제공자들에게 국가가 제도적 버팀목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五. 결어: 루동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엔닌이 기록한 쥐에강에서 오늘날의 인구학적 표본에 이르기까지, 루동은 언제나 시대의 변천과 긴밀히 연결되어 왔다. 이곳의 진통은 일개 현(縣) 단위의 문제를 넘어 보편적 사회 전환의 단면을 보여준다. 2026년 전국양회의 시각에서 루동은 단순한 도전 과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미리 도달한 현실이다.
루동의 백발은 경고이자 동시에 미래를 가리키는 실마리다. 천여 년 전 엔닌이 이곳에서 구법의 길에 올랐듯, 오늘날의 루동 또한 고령화 사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묵묵히 탐색하고 있다.
※ AI 활용 고지
OpenAI ChatGPT 도구는 한국어 문장 교정(표현·문법), 용어·형식의 일관성 점검 등 언어적·편집적 보조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였다. 투고 내용·연구 설계·분석 및 결론은 투고자가 독립적으로 수행·검토하여 최종 확정하였다.
1) 如东县人民政府官网: https://www.rudong.gov.cn/rdxrmzf/tjgb/content/e244abdd-0c7a-4f73-96a9-c2039286bd84.html
2) BBC 중문판(中文網):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65531604
3) 2026年3月 5 日第 14届全国人民代表大会第四次会议《2026年国务院政府工作报告》 第四项“2026年政府工作任务“第(八)条:加强社会保障和服务。城乡居民基础养老金月最低标准再提高20元。完善并落实基本养老保险全国统筹制度,扩大失业、工伤保险覆盖面,稳妥有序推进职业伤害保障试点扩围,健全社保关系转移接续政策。深入实施积极应对人口老龄化国家战略,扩大普惠养老服务供给,健全城市社区养老服务网络,积极发展农村养老服务,实施中度以上失能老年人养老服务消费补贴项目。发展医养结合服务。积极开发老年人力资源,制定推进银发经济高质量发展的措施,完善老年用品产品、养老金融、旅居养老等支持政策。实施康复护理扩容提升工程。推行长期护理保险制度。做好独居老人、失能失智等困难群体的关爱帮扶。
4) 徐银波, 2021, <论我国长期护理保险制度试点中的争议问题与理论回应> 《西南政法大学学报》, pp.25-31.
5) 郝恬然·李颖, 2021, <我国长期护理保险试点方案比较研究—基于内容分析法> 《中国卫生政策研究》第14卷第7期, p.47.
6) 符瑞, 2025, 《深度老龄化背景下南通市掘港镇农村链式养老服务运行问题及对策研究》 江南大学硕士学位论文, 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