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평양방문과 한반도문제

지난 6월에는 한반도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들 간 정상회담이 다수 개최되었다. 6월 20일 시진핑 주석이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하였으며, 6월 28일부터 이틀간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시에는 한중 정상회담과 미중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직후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에, 판문점을 방문하여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이어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과 1시간 가까운 회동을 통해 북미 간 대화재개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극적인 판문점 북미회동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이 가려진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오사카 정상회담을 1주일 정도 앞두고 갑작스럽게 평양을 방문한 배경과 더불어 시주석의 방북이 북중관계와 한반도문제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금번 시주석의 방북은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2005년 후진타오 방북 이후 14년 만의 일이고, 시진핑 주석 등장 이후 6년 7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북중수교 70주년을 기념하고, 작년 이후 4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답방의 성격이라고 하겠다. 시진핑의 평양 방문을 타이밍 상으로 보면,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하에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미국에 대해 모종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은 지난 6월 17일 중국 관영매체 브리핑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방북 성과로서 북중 정상이 신시대 북중관계의 발전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교환과 더불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진일보된 논의를 통하여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과정에서 새로운 진전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그 자리에 배석했던 루어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과의 경제적 상호보완성에 대해서 언급한 것을 보아 이러한 신시대 북중관계의 발전에는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측의 경제 민생 분야 협력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금번 시진핑의 방북은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키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하에서 북한의 안정과 경제적 발전이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전략적인 소통면에서나 경제민생 분야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시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다 강화시키려는 한 것이다. 예를 들어 6.19자 북한의 <노동신문>에 게재된 “중조 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는 시진핑 주석의 기고문에서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서의 북중관계 발전에 대한 설계도 작성을 제시하고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노선과 합리적 관심사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표명한 것은 이를 말해준다. 또한 6월 20일 김정은과의 회담 시에 시진핑은 양국 간 공동의 이념과 분투목표는 북중관계를 전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말하고, 북중 관계는 이미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진입했으며, 북중 우호협력관계를 고도로 중시하여, 이를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일관되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김정은이 전적으로 공감을 표명한 것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 해준다.
다음으로는 미중간의 고조되고 있는 전략적 경쟁 상황 하에서 오사카 G-20에서의 중요한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부각시켜 트럼프와의 대화에 활용하는 한편, 대내외에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중국의 중요성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과 북한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시주석의 무게감을 바탕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유연한 자세를 유도, 이를 갖고 트럼프와의 회담에 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시진핑의 방북 시점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견해에 기인한다. 사실 그간 중국 인사들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진핑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해왔다. 그간 정기적인 최고지도자들 간의 상호방문 관행과 달리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4년 만에, 그리고 국가부주석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서 북한을 택했던 시진핑이 국가주석 취임 후 6년 7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평양을 방문한 것은 이러한 견해의 근거라고 하겠다. 또한 6월 17일 언론매체들에 대한 브리핑에서 쏭타오는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과정에서의 진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였으며, 6월 20일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한반도 정세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관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보편적으로 북미회담이 개최되어 성과를 거두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간 중국이 북핵문제와 북한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상호 모순적이지 않다. 즉, 중국은 비록 핵문제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제재를 지지하고 이를 적극 이행하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북중 관계의 발전도 중시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시진핑의 방북은 북미대화의 진전에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할지는 불확실하였다 하더라도 북중관계의 강화를 통한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제고, 그리고 북핵문제 진전에서의 건설적 역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의 중국의 중요성 부각이라는 목표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국의 목표는 시진핑의 방북으로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첫째로 북중관계이다. 시진핑의 방북으로 과연 중국이 원하는 대로 북중관계가 긴밀해질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쌓여왔던 북중 상호간의 불신이 단숨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불신은 과거 김일성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예를 들어 1973년 10월 30일 불가리아 공산당 지브코프 제1서기가 남긴 대화요록에 의하면, 장래 중국이 민족주의적인 초강대국이 되어 아시아의 작은 국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지브코프의 질문에 대해 김일성은 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 국민들에게 중국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답변한 것은 이러한 불신을 말해주고 있다. 북중관계는 특히 1992년 한중 수교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최근에는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북한의 대 중국 불신에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북제재가 여전히 강하게 발동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간 전술상의 공감대 형성은 가능할 것이겠지만, 북중관계가 실제로 긴밀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참여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한반도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이 발휘해온 중요한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중국 측과 소통과 협조를 계속하여 한반도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새로운 진전을 이루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현시점에서의 한반도문제가 한반도의 비핵화로서 중국이 북한의 단계적이고 동보적인 조치에 의한 해결방안을 지지한 것에 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에 한반도문제가 비핵화문제와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통일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보고, 북한이 이러한 과정에 중국의 역할을 지지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라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더라도 중국으로서는 소득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비핵화 방안과 관련하여서는 금 번 시진핑 방북과 관련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도 6월 20일 회담에서 시진핑만이 짧게 언급한 것 외에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만 강조된 것이 눈에 띈다. 이와 더불어 김정은은 최근의 정세를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관련국들과 함께 각자의 합리적인 관심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 한반도문제와 관련한 대화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였다. 이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합의 입장과 중국의 쌍궤병행 주장에 북한이 유연성을 보인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와의 회동을 염두에 둔 전술적인 언급이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어찌되었든 북중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회동이 성사되었지만, 7월 25일 북한이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 신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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